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에 대한 지명 철회 소식과 함께 소위 '코피(bloody nose) 전략'이 이슈로 떠올랐다.
코피 전략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을 경우, 핵시설에 정밀 타격, 국지적 타격을 가해 항거불능의 상태로 만든 뒤 협상장으로 끌어낸다는 선제적 '군사 옵션' 개념이다.
차 석좌는 코피 전략을 둘러싸고 백악관과의 정책적 이견 때문에 낙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낙마 직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북한의 코피를 터뜨리는 짓은 미국인에게 막대한 위험을 불러 올 수 있다"고 밝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빅터 차의 지명철회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코피 전략'을 실행가능한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한미 언론의 관측으로 이어졌다.
백악관이 차 석좌의 지명 철회 사유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통해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우리의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같은 관측은 더욱 증폭됐다.
이와 관련해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CNI) 국장은 <폭스뉴스> 기고를 통해 "연두교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잿더미에 묻힐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김정은 악당들이 역사의 잿더미에 묻히는 것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며 "트럼프의 연설을 들은 김정은이 잠을 설쳤을 것"이라고도 했다.
시사매체 <뉴욕>은 "트럼프가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는 신호를 확실히 보냈다"고 했고, <애틀란틱>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준비를 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대북 군사 행동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수준을 넘어 '북폭론'을 부추기는 듯한 일부 언론의 보도와 달리, 상당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코피 전략의 실행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코피' 버튼을 누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혼란스러운 것은 맞지만, '코피 전략'이 임박했다고 과장하면 오판의 위험성이 더욱 커져 누구도 원치 않는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해 봄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최대 압박을 통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는 대북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고위 정부 관료를 인용해 "(매파로 알려진)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 매튜 포팅거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도 이날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타격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무모한 도박"이라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앞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역시 지난달 25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과 러시아 국경에서 미국의 독자적 전쟁 가능성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군사적 수단을 배제한 대북 압박과 미중 협력을 주문했다.
그는 "선제 타격으로 북핵 문제를 처리하려는 유혹이 강하지만, 미국의 어떤 주요 관료들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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