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는 제6대 최영 사장시절에 추진한 카지노 영업장의 ‘감시시스템 구축사업’은 감사실의 기능과 역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강원랜드는 2003년 초 설치한 감시시스템인 CCTV 해상도가 낮아 카지노 영업장의 운영상 문제점이 계속 제기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강원랜드는 카지노 영업장에 설치되는 CCTV로 해상도가 뛰어난 HD급(120만 화소 이상)을 설치키로 하고 호텔 안팎에는 이보다 다소 낮은 SD급(60만 화소)으로 설치할 방침으로 설계에 착수했다.
그러나 강원랜드 감사실에서 갑자기 카지노 영업장 감시시스템 구축사업에 현업부서를 지나치게 개입하기 시작했다.
예산절감 논리를 앞세워 분리발주를 지시하고 관련 책임자를 몇 차례 불러 감사실의 의도에 따를 것을 사실상 강요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0년 강원랜드 창설 멤버로 감시시스템 구축 경력직원으로 입사해 근무하던 현업부서 간부가 감사실의 지시에 고분고분하지 않고 규정을 제시하며 감사실에 조목조목 따졌다.
당시 강원랜드 사장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던 감사실장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현업부서 L차장에 대한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징계내용이 부실한 사실이 드러나 경영본부장이 징계처분에 응하지 않자 문제의 감사실장은 다시 징계절차를 밟다가 일부 간부가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해 징계는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자 감사실장은 L차장을 직종이 어울리지 않는 다른 부서로 옮기게 만든 뒤 징계위원회를 열어 감봉 3개월을 처분했다. 감사실에서 감시시스템 구축사업 시작 2년 만에 내린 징계였다.
또 당시 징계는 감사실장의 의지에 잘 따르는 간부들로 징계위원을 선임한 뒤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의 내용도 감시시스템 구축을 앞두고 진행된 설계용역이 예산낭비라는 터무니없는 항목을 걸고 진행되었다.
당시 내용을 잘 아는 강원랜드 간부의 회고.
“감시시스템은 업무 특성상 분리발주가 불가능했다. 특히 당시 지식경제부 고시도 통합발주를 원칙으로 했다. 회사를 위해서도 분리발주는 잘못된 일이라서 감사실의 지시에 불응했다.
말을 듣지 않자 다른 부서로 강제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러나 후임자가 당초 원안대로 통합발주를 했고 호텔도 HD급으로 설치했다. 감사실은 자신의 의도에 따르지 않은 간부에 대한 징계를 2년이나 끌다가 감봉 3개월의 중징계로 응징한 것은 개인적인 보복이라고 생각한다.”
강원랜드의 다른 간부는 “당시 감사위원장과 감사실이 주도해 분리발주 요구를 받아 주지 않는 간부를 다른 부서로 쫓아내고 말도 안 되는 규정으로 징계 처분했다”며 “모범사원으로 표창을 줘야 할 직원에게 징계를 내린 당시 사건은 감사실의 대표적 월권사례”라고 지적했다.
결국 강원랜드에서 최고의 감시시스템 전문가 꿈을 꾸던 L차장은 좌절해야 했고 2016년 하반기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그는 지난 2017년 4월, 경북의 한 지방도시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사망했다.
강원랜드에서 L차장과 같이 근무했던 한 간부는 “2000년 강원랜드가 개장하면서 삼성 계열사의 보안전문가로 근무하던 L씨가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2003년 3월 메인카지노 개장 때는 L차장 주도로 CCTV를 설치했다.
그는 해당 분야에서는 강원랜드 최고의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2010년 감시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감사실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바람에 힘들어 했다. 결국 감시시스템 교체는 L차장의 의도대로 통합발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감사실은 두 차례 진행한 징계가 불가능하자 엉뚱하게 설계용역 예산낭비를 핑계로 징계처분을 내렸다. 당시 감사실장은 감사원에 감사가 시작되면 강원랜드가 피곤하기 때문에 감사실의 감사를 수용하라고 협박과 회유를 계속했다.
순진한 그는 감사실장의 뜻에 따랐다가 견책 같은 가벼운 처분을 생각했는데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고민을 했다. 밤늦게 까지 공부하고 최고 전문가를 꿈꾸던 그는 결국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지난해 봄 객사소식을 들었다. 감사실장의 무리한 월권행위로 개인은 물론 한 가정의 파탄까지 부른 당시 문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감사실장은 “당시 징계는 정당했고 담당 차장은 불필요한 설계로 예산을 낭비했기 때문에 징계처분을 받은 것”이라며 ”지금도 당시 징계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김진모 사장시절 감사실장은 건설업체로부터 5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일이 검찰조사로 확인된 일이 있었다. 당연히 감사실장은 면직되면서 회사를 떠날 줄 알았지만 당시 감사와 언론인 등이 사장에게 청탁하면서 면직처분 대신 정직 6개월로 기사회생했다.
엄격한 신상필벌이 사라지자 조직기강이 무너지고 도덕적해이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지역사회단체의 후원과 지지를 바탕으로 본부장으로 승진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또한 VIP 고객과 해외 원정도박과 골프를 여러 차례 떠나고 VIP룸 사채업자와 지나치게 친밀한 것으로 소문난 강릉출신 간부 C씨의 행적도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강원랜드 간부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특정지역 출신 CEO 탓에 그는 2014년까지 승승장구했다.
일부 CEO는 취임과 동시 조직기강을 바로 세운다며 교육에 시간과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줄서기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정치적 야심을 위해 특정 지역출신을 우대하면서 모래알 조직처럼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CEO가 도지사 출마를 위해 정치적인 분야에 관심을 가지자 막강한 권한을 가진 감사위원장도 신입사원채용(교육생)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각종 이권 개입의혹도 불거졌다.
특히 그는 부사장의 평일 골프장 출입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골프장 근무 여직원에게 부사장의 평일 골프장 출입 사실을 진술하면 승진을 시켜주겠다며 1시간 이상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회유할 정도로 권한을 남용했다.
감사위원장에 대한 좋지 못한 소문이 중앙에까지 알려지자 국무총리실은 현지 조사를 펼쳤으나 워낙 은밀하게 진행된 탓에 금품수수와 이권개입은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도 은밀하게 내사를 펼쳤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강원랜드의 한 사외이사는 “낙하산 CEO가 정치판에 정신이 팔려 자신부터 인사원칙을 무너뜨리면서 조직기강이 무너졌다”며 “채용비리 때문에 강원랜드는 시장형 공기업 전환을 비롯해 지역사업이 어려워지고 독점적 지위도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태백지역의 한 인사는 “정치지향 인사가 CEO로 부임하면서 점령군처럼 전임 사장시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조직과 사업을 백지화 시키는 일이 수시로 일어났다”며 “하이원엔터의 게임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런 CEO 탓에 강원랜드의 원칙과 기준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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