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돌연 낙마했다.
지난달 중순 미국 정부는 빅터 차에 대한 아그레망(주재국 임명동의)을 한국 정부에 신청했으며, 우리 정부도 지난달 말 아그레망을 승인한 상태였다. 백악관의 공식 발표만 남은 상태에서 미국 정부가 이를 철회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은 30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백악관이 당초 주한 미 대사로 선택한 차 석좌가 지난달 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개인적인 이견을 표명한 뒤 더는 지명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이 다른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다"며 "가능한 빨리 적절한 후보자를 찾으려고 한다"고 했다.
차 석좌가 제기한 이견의 내용과 관련해 WP는 "차 석좌가 광범위한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제한적 타격을 가하는 방안, 즉 '코피 전략(bloody nose)'으로 알려진 위험한 개념을 놓고 미 국가안보회의(NSC) 관리들에게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WP는 또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기업들에 불공정하다고 해온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미 행정부가 파기하려고 위협하는 것에도 반대했다"고 전했다. 한미 FTA를 파기할 수 있다고 위협을 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차 석좌가 이견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WP는 "후보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돼 그가 더 이상 대사 직위를 맡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는 다른 소식통의 전언도 보도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갑작스레 흠결이 발견됐다는 것이지만, 이에 대해선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차 석좌는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지명설이 파다했고, 그 이후 오랜 검증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악관은 지난 수개월 간 차 석좌의 안보관과 재정상태 등을 조사해왔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정부 관리들이 상원에 트럼프 대통령이 차 석좌를 주한 미국 대사 후보로 공식 지명할 계획이란 점을 알리기도 했었다.
WP는 전직 관료를 인용해 "상대국의 임명 동의까지 받은 뒤에 뒤늦게 검증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차 석좌의 낙마 배경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책적 이견 때문이라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정책에 있어서 매파로 분류되는 차 석좌보다 더욱 강경한 매파를 앉히려는 백악관의 의중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과 경제제재를 넘어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군사적 옵션'의 실행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가 지난주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 수입에 새로운 관세 부과 등으로 고조시킨 무역 갈등도 본격화될 수 있다.
WP는 백악관이 새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정치인 출신을 검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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