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들썩이고 있다. 4.27 재보궐 선거 패배에 이어 지난 6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비주류의 황우여 의원이 당선되면서 새로운 판도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쇄신' 목소리가 커지면서 소장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00여 명에 달하던 친이계는 쪼그라드는 분위기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여유롭다. 차기 당권에 직접 후보를 내기보다는 소장파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 측의 당권 경쟁을 지켜보며 대권 레이스를 위한 적절한 타이밍을 잡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친이계, 이재오도 당분간은 '침묵' 모드
지난 6일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친이계의 세는 현격히 줄어드는 분위기다. 100여 명에 달하던 친이계가 친박계와 비슷한 수준인 60명 안팎으로 축소된 것이 선거 결과로 확인된 것이다.
좌장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 복귀 얘기도 솔솔 흘러나오지만, 이재오 장관의 측근들은 이 장관이 당권 보다는 대권 도전에 관심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재오 장관은 당분간은 특임장관직에 충실하면서 정국 방향을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의원들과의 만남도 당분간은 자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가 줄어드는 것 뿐 아니라 이전의 '친이계'와의 질적 변화도 예측된다. 당의 분위기가 쏠리면서 친이계 역시 이명박 대통령과의 선 긋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8일 공식 퇴임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낸 것도 마찬가지다.
소장파 "민의 반영하는 지도부 구성돼야…쇄신의 선봉에 서겠다"
반면 소장파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초·재선 소장파 의원 33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한나라' 측은 "쇄신의 선봉에 서겠다"며 "민의를 반영하는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밝혔다.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과 재선의원 모임인 '통합과 실용'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한나라'의 공동간사인 구상찬 의원은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초·재선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다녔지만 앞으로는 변화의 선봉에 서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공격의 수위는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4선의 남경필 의원은 이날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입장에선 경제 잘하라고 대통령 뽑아줬는데 청년 실업이니, 전세난이니 해서 잘한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놓고 "친이계 대리 통치를 거부하고 세력 교체를 통한 쇄신의 깃발을 올린 것으로 한나라당 변화의 시작"이라며 "한나라당으로선 예수님 탄생 이전과 이후만큼이나 변화가 크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 열쇠 쥔 박근혜의 선택은?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대해 "축하드린다"며 "국민 뜻에 부응해서 잘 하시길 바란다"고만 언급했다.
대통령 특사로 지난달 28일부터 9박11일간 유럽 3개국을 순방하고 이날 귀국한 박 전 대표는 인천공항 귀빈실에서 "그리스에서 마지막 날 기자 간담회를 하고 동포 간담회 장소로 갔는데 동포들이 인터넷을 보고 간담회 내용을 다 알고 계시더라"며 "옛날 같으면 이런 일, 저런 일 있었다고 말씀을 드릴텐데 이미 다 보도가 돼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당 분위기와 관련해 어떤 언급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차기 한나라당 당권 경쟁의 열쇠는 친박계가 쥐게 될 전망이다.
친박계는 직접 후보를 내기 보다는 소장파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상황에서 성급하게 당권 접수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역시 당분간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일 유럽 순방길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들이 있고 하니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때문에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 정국이 박 전 대표의 대권 레이스의 출발점이 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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