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4일 오전부터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합의한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입장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반대가 압도적 다수였다.
문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데 있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처리 반대하는 사람도 피해대책 내용에 긍정 평가 많아"
이날 열린 민주당의 최고위원회의는 무려 1시간 반에 걸쳐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전체 9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은 7명이었다.
합의 당사자인 박지원 원내대표과 손학규 대표를 제외하고 모든 최고위원이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시기가 좋지 않고 야권연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와 "자유무역협정(FTA)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가 모두 나왔다.
유일하게 찬성 의사를 피력한 박지원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과 협상에서 마련한 추가 피해대책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도부에서는 반대 의견이 다수지만 민주당의 당론을 결정하는 최종 의결기구는 의원총회다. 민주당은 10시15분부터 비공개로 의총을 진행하고 있다.
의총을 앞둔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우리가 반대해도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겠다는데 SSM 관련법 개정이라도 얻어낸 것은 다행"이라는 의견과 "야권연대 약속이 있는만큼 처리 합의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는 것.
야3당 "민주당 변화 없다면 우리 역시 중대한 결단 내릴 것"
이런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야3당은 이날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을 압박했다.
▲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야3당은 이날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을 압박했다.ⓒ연합뉴스 |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은 "지난 2일 있었던 이른바 '여야 합의'를 모든 야당의 뜻을 왜곡한 민주당의 반칙행위일 뿐"이라며 "민주당은 국회에서 부여된 교섭단체라는 지위가, 결코 야권 대표로서의 지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야권연대의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야3당 역시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손학규 대표에게 야3당 대표회담을 하자고 거듭 제의했지만 민주당은 '죄송하다'고 했다"며 "재보선 합의문 작성 때는 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달려왔던 손 대표가 비준안 처리 합의 관련해서는 얼굴조차 비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보수 야당인 자유선진당도 가세했다. 박선영 선진당 정책위원회의장은 이날 "비준안 통과 후 재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600만 명의 상공인과 350만 명의 농어민을 사지로 내모는 협정안의 강행처릴르 정부여당은 물론 민주당까지 앞장서서 한다는 점에서 실로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합의문 수용을 결정하더라도 다른 야당들과의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원 포인트' 본회의는 이날 3시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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