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에서 패배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 동료 정치인들의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야권에서 차기 대권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숙' 모드에 들어간 유 대표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민주당의 '사지(死地)'로 여겨졌던 분당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이기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야당세가 강한 김해을에서 유시민 대표가 전폭 지원한 이봉수 참여당 후보가 지면서, 야권내 차기 대선주자 구도가 바뀌었다. 손 대표가 재보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야권 주자 중 선두로 나섰고, 유시민 대표는 한 자리수 지지율로 떨어지면서 일부 조사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 대표가 야권의 유력 주자로 부상한 것은 고무할만한 일이지만, 유 대표가 너무 일찍 대선주자군에서 빠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확보한 유 대표가 대선주자로 살아 남아 경쟁구도를 유지하는 게 야권 전체의 '흥행'을 위해 좋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1일 트위터를 통해 유 대표에 대한 위로의 말을 전한 건 이런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와 암묵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그다.
정 최고위원은 "유 대표는 오랜 동지"라며 "김해을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은 애석하지만 그렇다고 최선을 다한 유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일부 논의는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운은 "실패를 경험해 본 저로서는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유 대표와 함께 고통을 함께 나누고 또 미래도 함께 만들어 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어진 시대적 책무를 생각해 힘내시라. 함께 힘을 모아 다시 승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유 대표가 용기를 되찾아 야권통합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러분도 많은 응원 보내달라"고 강조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도 2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노무현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 제가 2005년6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시민 당시 의원에게 붙인 이름"이라며 "이 호칭을 제일 먼저 쓴 사람으로서 이제 이를 공식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 대표가 국민의 행복을 지키는 경호실장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에 대해선 '따뜻한 격려'가 쏟아지지만, 참여당에도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이번 재보선에서 분당과 강원도의 승리로 민주당이 '야권통합'의 확실한 주도권을 잡게 되면서 참여당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재보선 다음 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뿐 아니라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등 정치권 밖에서 야권단일정당 운동을 주도하는 이들이 '통합'을 주문하고 나섰다.
대권주자로서 유 대표에 대한 '격려'가 참여당에 대한 '격려' 메시지로 해석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도 유 대표에게 "야권통합에 큰 역할을 하라"고 주문했다. 참여당이라는 틀을 깰 수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참여당 게시판에 올린 글들을 보면 참여당은 이런 통합 주문에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민주당은 4.27 재보선이 끝나자 국민참여당을 향해 무책임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통합? 그래서? 어떤 통합? 이들이 말하는 통합이란 국민참여당을 통째로 집어삼키겠다는 것이다. 국민참여당 16개 시도당을 만든 당원들의 눈물과 수고, 소망과 열정, 가치관, 정치관은 송두리째 무시하고 말이다."(이영희)
"마라톤 하는데 초반 1km에서 20m 뒤졌다고 용기를 잃으면 안되겠죠. 강철은 담금질로 단련되고 인간은 경험하면서 성장합니다. 내년 총선, 대선, 2년 후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이번 김해의 아쉬운 패배는 좋은 약일 수도 있습니다." (이종웅, 4.27 재보선 분당을 후보)
"우리의 생각과 가는 방향이 결코 틀리지 않음을 추호도 의심치 않으나 웅변하지 않고 더욱 낮은 자세로 다시 정비해야겠습니다."(박무 최고위원)
참여당은 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재보선 이후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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