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서민 불만 많은 게 사실"

靑 "대통령은 개각 시기와 폭에 대해 깊은 고민 중"

4.27 재보선에서 충격적 패배를 당한 청와대 분위기가 극도로 가라앉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오전 수석비서관들과 티타임을 갖고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 선거 때에 비하면 상당히 빠르게 이 대통령의 뜻이 전달된 것이다.

"정부 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홍상표 홍보수석은 "오늘 아침에 대통령께서 수석비서관들과 티타임을 가졌다"면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했다.

홍 수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정부 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일곱 번째 치러진 보궐 선거 결과를 보면서 국민들의 뜻을 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서민들의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큰 흐름에서 국민들의 뜻은 늘 정확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겸허하게 살피면서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을 향해서도 "청와대 직원들도 긴장감을 갖고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앞으로 서민 경제를 더 세심하게 챙기고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홍 수석은 "오늘 티타임에서 그 (청와대 인적 개편)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특별한 말씀이 없었다"고 전했다.

개각 문제에 대해서도 홍 수석은 "대통령께서 그 문제에 관해선 깊이 고민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시기와 폭에 대해선 예상할 수 없다"고만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 총사퇴에 대해서도 홍 수석은 "당은 당이 알아서 추슬러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부족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홍 수석은 "대통령께서 특정한 것을 집어서 말씀하신 것은 아니고 총론적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선거 패배 원인 분석이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비대위 구성과 맞춰 개각 폭 넓어질 듯

어차피 예정됐던 개각이지만, 선거 결과가 충격적으로 나온만큼 그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개각 시점은 당초 5월 초 정도로 예상됐었다. 일부 부처의 경우 이미 신임 장관이 확정됐고 마지막 인사검증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폭이 확대될 경우 개각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번 개각에서도 인사청문회에서 '탈'이 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이 다음 주 내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한 만큼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 일정도 그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는 "잘못했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식의 선거 평가를 발빠르게 내놓았지만 '무엇을 (잘못했다)'와 '어떻게(해나가겠다)'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

크게 봐서 친정체제 강화를 통한 정면돌파냐, 기존 기조의 전면적 쇄신이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절충형'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에게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고 정부여당을 향해선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는 빠졌다.

또 "우리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서민 경제를 더 열심히 챙기겠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현 국면을 오직 경제 문제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협소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