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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바우' 최문순, '카멜레온' 엄기영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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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바우' 최문순, '카멜레온' 엄기영 눌렀다

[분석] 강원도서 '한나라-보수' 등식 균열?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강원도지사 보궐 선거에서 당선됐다. 정계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최 후보가 정치 입문 4년여 만에 광역자치단체 수장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강원도 선거에서 정권심판론도 큰 작용을 했지만 화두는 '배반'과 '불공정'이었다. 엄기영 후보의 카멜레온 같은 정치 행보에 맞물려 각종 불법, 편법 의혹이 불거지자 정치권에서는 "강원도 선거에서 엄 후보가 이기면 한나라당이 승리한 것 보다는 정의가 패배한 것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실제 강원도 지역에서 활동한 선거 운동가,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는 엄 후보의 명백한 부정 행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시민들도 강릉 불법 콜센터 사건에 크게 분노했다. 심지어 엄 후보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너무 곤혹스러운 사건이 터졌다"는 말들이 나왔다.

'의리' 최문순의 승리

최 후보의 승리는 빚이 난다. 최 후보는 엄 후보의 MBC 사장 선배지만, MBC 입사 4년 후배고, 춘천고 4년 후배다. 엄기영 후보가 MBC 사장이던 시절 "큰집에서 조인트 맞은" 김재철 사장과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의 집요한 압박을 폭로하며 '엄기영 지키기'의 선봉에 섰던 최 후보는 적이 된 엄 후보와 맞서 싸운 인물이다. 그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도 '의리의 최문순'이었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 당선자 ⓒ뉴시스
'의리의 최문순' 안에는 이광재 전 지사를 계승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었다. "이광재는 정권의 탄압을 받아 낙마했다"는 인식이 강원도민들에게 지배적인 상황에서 최 후보는 이 전 지사의 '유산'을 세례받았다.

또 이 전 지사가 촉발시킨 강원도의 '야권 바람'을 등에 업은 것이 최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건 것도 작용했다. 특히 '수도권 정부'라는 평가를 받는 이명박 정부 들어 강원도민의 박탈감이 가속화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3선을 지낸 김진선 전 도지사가 발이 닳도록 뛰었지만, 이명박 정부에게 떠난 강원 민심의 선택은 냉정했다.

'문순C'로 온라인 상에서 더 유명한 최 후보의 승리 요인으로 SNS의 활용을 빼놓을 수 없다. 한나라당 이학만 온라인대변인은 "SNS 관련해 한나라당의 대응책이 부족했다"며 "야당은 사안이 터지면 재밌게 편집해, 빨리, 널리 알리는 시스템이 강했던 반면 여당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또한 이번 선거로 한나라당이 여전히 온라인에서 인기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은 '온라인 선거전'에서도 졌다.

'카멜레온' 엄기영의 패배

엄 후보의 출발점은 '압도적'이라고 할만큼 유리했다. "이명박 대통령보다 알아보는 사람이 더 많을" 엄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초반 60%에 가까운 지지율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강원도 발전을 위해 어쩔수 없이 한나라당을 선택했다"며 한나라당과 일정부분 거리를 둘 수 있었던 것도 엄 후보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엄 후보의 오락가락 행보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뒤였다. "자신을 탄압한 정권에 스스로 찾아가 후보가 됐다"는 이미지도 적지 않았다. 거기에 "나는 한나라당 지지자지만 엄기영은 찍지 않겠다"는 여론도 꽤 있었다.

결정적으로 강릉 펜션 불법 콜센터 사건으로 장년층 이상의 민심도 잃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론에 민감한 젊은 층이 가진 '배신'의 이미지를 감안하더라도, 엄 후보 인지도의 결정체는 깨끗함, 그리고 세련됨이었는데, 그것이 뒤집힌 것이다.

이번 패배의 충격을 안고 엄 후보가 정치를 재개할지 여부는 알수 없지만, 다시 유권자 앞에 서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애 요인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강원도서 '한나라-보수' 등식 균열

4.27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강원도는 여전히 보수의 아성이다. 접경지역의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에서 주목할 부분은 보수의 아성 강원도에서 '한나라당=보수'의 등식에 균열이 갔다는 점이다. 최 후보가 접경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무시하지 않고, 엄 후보처럼 현실적 공약들을 내세워 당선된 것 역시 "민주당도 안보에 무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일부 증명해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보수 정권에 대한 실망이 정치 무관심으로 흐른 게 아니라, 야당 지지로 나타났다는 점은, 강원도 유권자들이 적극성을 띠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광재 전 지사가 낙마한 뒤 또다시 야당을 선택했다는 점은, 이같은 흐름의 파장이 꽤 길게 갈 것이라는 점을 예측케 한다.

'이명박 정부=수도권 정부'라는 등식이 먹혔다는 것도 전국 정당을 지향하는 한나라당에게는 뼈아픈 부분이다. 한나라당 소속 김진선 전 지사가 3선을 할때까지도 '강원 홀대론'이 사라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에 대한 피로 누적도가 상당히 높은 것이다.

한나라당,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쇄신을 게을리할 경우 이런 분위기는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보수의 아성' 강원도마저 잃게 된다는 것은 내년 총선, 대선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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