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규제 혁신 토론회를 주재하고 "규제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없다거나 세계 경쟁에서 뒤떨어진다는 말은 없어져야 한다. 신기술, 신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 혁신이 있어야 혁신 성장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규제 샌드박스'란 규제를 풀어 신사업에 대한 시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에 대해 일단 임시 사업 허가를 내주고, 사후 문제가 생기면 시범 사업을 철회하는 등 사후 규제를 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위한 4개 법률안으로 ▲ICT 분야 정보통신융합법 ▲핀테크 분야 금융혁신지원법 ▲산업융합 분야 산업융합촉진법 ▲지역 혁신성장 관련 지역특구법을 꼽았고, 이 법안들이 오는 2월 국회에서 논의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원천적으로 풀어준다는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규제프리존 특별법'과 궤를 같이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뺀 14개 지방자치단체에 전략 산업(신산업)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는 내용이 골자다. 시민단체에서는 '의료 영리화법'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이 법안에 동조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관련해 국무조정실은 '규제 개선 로드맵'을 구축할 분야로 자율주행차, 드론, 맞춤형 헬스케어 분야 등을 선정한 상태다.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의료 영리화' 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규제 완화한 공무원 나중에 문제 생겨도 책임 면제"
문 대통령은 "법령이나 제도 개선 없이 부처의 적극적인 해석만으로 풀 수 있는 규제가 32%에 달했다"며 "공무원들이 신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다가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후에 감사나 결과 책임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부분은 대화와 타협의 장을 신속하게 마련해주길 바란다"며 생명, 안전 등과 관련한 규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폐지 여부를 정하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한편, 문 대통령은 규제가 혁신 성장을 가로막는 예로 "기존 자동차 분류 체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1-2인승 초소형 전기차를 한동안 출시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협동작업장 안에 사람이 있으면 로봇은 반드시 정지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규제 때문에 사람과 로봇이 공동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공동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협동 로봇 산업이 발전하고 스마트 공장도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박광온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신경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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