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대한 수사가 MB 정부 시절 벌어진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전면 재수사로 치닫는 양상이다.
검찰은 1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택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전산 파일과 각종 서류, 메모 등을 확보했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국정원 관계자 자택 3~4곳도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원 전 원장은 그동안 해외 공작비 등의 명목으로 2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사적으로 횡령한 혐의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비서관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에게 특활비를 건넸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앞서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에게 5000만 원의 특활비를 건넨 당사자가 목영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검찰은 전날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을 구속 후 처음으로 소환조사해 국정원 자금 5000만 원을 수수한 경위와 용처를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돈이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 대한 입막음용으로 사용됐다고 보고 있다.
이 돈을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장 주무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장석명 전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나는 지시를 받고 돈을 단순히 전달하기만 했다"고 진술해 '윗선'의 존재를 시사하기도 했다.
장 주무관은 지난 2012년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하며, 관봉(정부도장을 찍어 가로세로 띠지로 묶은 돈다발)으로 5000만 원을 전달한 류충렬 관리관이 '장석명 비서관이 주는 돈'이라고 말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2010년에 이어 2012년에 착수한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수사 때도 5000만 원의 출처와 윗선의 지시 여부를 밝혀내지 못하고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을 기소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두 번의 부실 수사 논란만 남겼던 MB 정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현재의 검찰 수사가 뻗어가면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자 김진모 전 비서관의 직속상관이었던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으로 수사가 이어질지 관심이다.
김진모→권재진→임태희로 이어지는 청와대 라인과 목영만→원세훈으로 이어지는 국정원 라인의 정점에는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 MB 정부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세 번째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 전 대통령을 향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두언 전 의원은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MB에 대해 비판하는 자들은 분야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찰한다는 게 민간인 사찰"이라며 "가장 악랄한 블랙리스트"라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의 10배에 해당하는 블랙리스트"라며 "민간인 사찰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또 하나의 핵폭탄"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MB 정부에서 민간인 사찰을 덮었다. 순 엉터리 수사를 했는데 수사를 다시 하다 보면 그 당시 수석이었던 권재진 전 장관 같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 사람들을 압박하면 무슨 얘기가 나올지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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