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재보궐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두 가지 풍경이 있다.
풍경 하나. '간 큰 직장인'이 나섰다. '직장인작은권리찾기'(대표 정영훈 변호사)에서는 4.27 재보선 투표를 할 수 있도록 2시간 늦게 출근하게 해달라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나우콤(대표 문용식)이 처음으로 동참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도메인 호스팅업체 아사달(대표 서창녕)과 (주)데이터젠시스템(대표 강경원), 방송영상업체 (주)네모비전(대표 육성진) 등도 19일 동참 입장을 밝혀왔다. 언론인권센터(이사장 남성우) 등 시민단체들도 캠페인에 참여하기로 했다.
풍경 둘. '간 큰 선관위(?)' 얘기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2일 '유쾌한 백만 민란'이 진행하는 투표참여운동을 중단시켰다. 그에 앞서 지난 8일에는 민주당의 부재자투표 신고 안내 인터넷 광고를 막았다. 이같은 선관위의 조치는 나중에 '한나라당 보좌관 2명의 항의'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선관위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4.27 재보궐 부재자투표신고인수, 지방선거에 비해 1만1000여 명 줄어
두 가지 대비되는 풍경 속에 현실을 반영한 통계가 하나 있다. 바로 이번 재보궐선거에서의 부재자투표 신고율이다. 이번 4.27재보궐선거의 부재자투표 신고율은 선거인수 대비 2.0%로, 작년 지방선거 당시 2.4%에 비해 0.4% 줄었다.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의 부재자투표 신고자 수만을 놓고 비교하더라도, 지난해 지방선거에 비해 1만1618명이 줄었다.
주요 선거구별 신고현황을 보자. 강원도지사 선거와 순천시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2.8%(선거인수 121만5339명 중 3만4569명)와 2.4%(20만4750명 중 4835명)로 평균을 상회한 반면, 또다른 국회의원 선거지역인 분당을(16만6414명 중 2676명)과 김해을(21만932명 중 2355명)은 각각 1.6%와 1.1%로 평균을 밑돌았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성남시 분당을 선거구에서 부재자투표신고인이 117명이 늘어난 반면, 다른 모든 선거구에서 부재자투표신고인수가 줄었다. 광역자치단체장을 선발하는 강원도가 4541명이 감소하여 가장 큰 폭으로 줄었으며, 국회의원을 뽑는 김해을(1836명 감소)과 순천시(1459명 감소) 역시 1500여 명 가까이 줄었다. '통 큰 선관위'의 힘일까, 아니면 재보궐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의 징표일까?
평균 3할 2푼 4리, 3할대 타자 '유권자'
평균 3할 2푼 4리. 프로야구 타율이라면 대단히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프로야구 타율이 아니다. 지난 2005년 이후 2010년까지 치러진 재보궐선거의 평균 투표율이다. 국민 10명 중 7명은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거나 못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시민의 정치 참여 중 가장 쉬운 방법이자 핵이다.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는 것보다, 담벼락에 대고 욕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내가 가진 주권을 나의 생각, 나를 위한 정책을 펼칠 사람에게 투표함으로써 그 생각들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선거가 아닌 재보궐선거의 경우, 유권자의 관심이 낮은 탓도 있으나, 선거일이 공휴일이 아닌 탓으로 인해 투표율은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을 의심할 정도로 대단히 낮다. 2005년 이후 2010년 사이 모두 11번의 재보선이 치러졌다. 투표율은 최저 23.3%(2008.6.4)에서 최고 40.4%(2005년 10월 26일) 수준이다.
현실을 정확히 보기 위해 각 선거의 투표율을 자세히 보자.
▲2005년 4월30일 33.6%, ▲2005년 10월26일 40.4%, ▲2006년 7월26일 24.8%, ▲2006년 10월25일 34.2%, ▲2007년 4월25일 27.9%, ▲2008년 6월4일 23.3%, ▲2008년 10월29일 33.8%, ▲2009년 4월29일 34.5%, ▲2009년 10월28일 39.0%, ▲2010년 7월 28일 34.1%, ▲2010년 10월 27일 30.9%.
재보궐선거, 낮은 투표율의 책임은?
낮은 투표율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일까? 선거과정에서 국가와 기업과 선거권자에게는 각각의 의무가 있다. 먼저 국가는 선거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정치교과서의 서술이 아니다. 선거권행사의 보장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6조 제1항의 내용이다. 하지만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광고도, 시민운동도 2011년 4월 현재 '불법'으로 재단된다.
기업에게도 의무가 있다. 기업은 공무원·학생 또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가 선거인명부를 열람하거나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아니한다. 같은 법 제3항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같은 의무의 존재조차 애써 외면한다.
선거권자의 의무는 뭘까? 선거권자는 성실하게 선거에 참여하여 선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같은 법 제4항이다. 기존의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을 감안하면 국가와 기업 못지않게 선거권자 역시 그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4.27 재보궐선거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있다. 시민들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섰다. '작은 권리 찾기'가 그 징표다.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선 시민들의 참여,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4.27 재보궐선거에서 '3할대 국민'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