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궐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乙) 선거구의 판세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여론조사 결과도 엇갈리고 양당 역시 어느 한 쪽도 안정적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대표인 손학규 후보가 '조용한 선거' 기조를 이어가며 밑바닥 민심을 훑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대여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20일에는 4년 전 쓴 강재섭 후보의 일기까지 꺼내들었다. 2007년 3월은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다.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위기감의 반증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표가 강 후보 측의 강한 지원 요구에 20일 다시 한 번 "개입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민주, '1%포인트 차로 따라 붙어 박빙' 막판 총공세 예고
전통적인 한나라당 텃밭인 분당을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움이 엿보이는 것은 외려 민주당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강재섭 후보에 3.3%포인트 앞서 리드하고 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가 조용한 선거를 하니까 한나라당이 따라 하다가 얼마나 급했으면 어제 안상수 대표 등이 전부 분당에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손학규 후보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강재섭 후보를 1%포인트차 이내로 따라붙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사무총장은 "분당은 문자 그대로 박빙"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후보는 이날부터 당 최고위원회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손 후보가 직접 발품을 파는 방식의 조용한 선거가 성공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당 차원의 총력전에 소홀한 것은 물론 아니다. 남은 일주일 동안 소속 의원 86명을 2인 1조로 강원도와 분당에 투입하기로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조용한 선거는 수십명이 모여 소리만 빽빽 지르는 선거가 아니라는 것이지, 의원들이 안 오는 선거가 아니다"라며 "2인 1조로 편성해 복지시설 공원, 전철역 등에서 조용하게 띠를 두르고 캠페인을 하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강재섭의 일기' 들고 나온 한나라 "분당 이기네 지네 하는 것 자체가 한심"
반면 한나라당은 대외적으로는 두 후보의 격차가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당 여의도연구소의 김현철 부소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일주일 전만 해도 간격이 많이 좁혀졌지만 지난 주말 조사에서는 (강 후보가 손 후보와) 격차를 더 벌렸다"며 "오차범위를 조금 벗어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분당을 선거를 위해 당 지도부가 총출동 하는 등 총력을 다하고 있다. 두 후보의 격차가 10%포인트 안쪽으로 승리를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렵고, 패배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같은 라디오에 출연해 "분당이 이기네 지네 하는 것 자체가 한나라당으로서 한심한 상황이고 만일 분당과 중구청장 선거에서 패한다면 수도권 전체가 패닉 상태가 온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손 대표의 경력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고공전을 펼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2007년 3월 강재섭의 일기'를 들고 나왔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강 후보는 이 일기에서 "손 전 지사는 3월 19일 결국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을 선언했다. 그날 나를 비롯한 한나라당 모든 당원들은 쓰라린 배신감에 허탈감마저 느꼈다"고 적었다.
이 일기를 근거로 "손 후보는 '욕심과 변절'의 인물이고, 강재섭 후보는 '화합과 소통, 희생' 그 자체"라고 배은희 대변인은 주장했다.
배은희 대변인은 "손 후보는 3번의 국회의원, 2번의 도지사, 장관직에 이르기까지 한나라당이 차려준 밥상은 모두 받아먹었지만 정작 당이 그를 필요로 할 때는 오로지 자신의 대권욕에 눈이 멀어 매몰차게 떠났다"며 "손 대표는 '대한민국'을 운운할 자격이 없으며 '지역대표'라 불릴 자격도 없다"고 비난했다.
당의 위기감과 별도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확실하게 재보선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분당에 갈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선거에 개입 안 한다"고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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