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에 대해 해임·정직 등 중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징계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전국YMCA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KYC(한국청년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철회와 고발 취하를 요구하며 교과부 장관 앞으로 보내는 청원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이유로 교사들을 중징계 하겠다는 교과부 장관의 방침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비민주적 조치일 뿐 아니라, 편의적인 법 적용으로 우리 사회를 권위주의 시대로 후퇴시키는 반역사적 조치"라며 "이는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도 없었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국선언 교사 징계는 '위법'"
이들은 시국선언 교사 징계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교과부의 징계 방침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교과부는 징계 대상 교사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간부로서 시국선언을 주도하면서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가공무원법 66조1항(집단 행위 금지), 56조(성실 의무), 57조(복종 의무), 63조(품위 유지 의무) 및 교원노조법 3조(정치 활동의 금지)를 위반했다며 징계 사유를 들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된 '집단 행위 금지'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집단 행위'의 개념을 '모든 집단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 중 공익에 반하는 행위'로 판시하고 있다"며 "서명은 단순한 의사 표현이기 때문에 공무 이외의 집단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 동법 56조의 '성실 의무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번 시국선언으로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훼손한 바 없고, 다른 직무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상 '정치 활동 금지' 위반이라는 교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정치 활동'이란 국가 기구가 행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활동을 말한다"며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발표한 것을 놓고 '정치 활동'이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가공무원법 65조와 국가공무원복무규정 27조는 '정치 운동'으로서 금지할 행위를 △정당이나 정치 단체를 결성하거나 가입하는 행위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행위 △특정 정당이나 정치 단체의 조직 확장을 위한 활동 △특정 정당이나 정치 단체의 지지나 반대를 위한 활동으로 제한하고 있다.
"시국선언 교사 징계, 역사적 관례 없는 폭압적 조치"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가 '역사적 관례에도 없는 폭압적인 조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김대중 정부 이래 수없이 많은 교사의 시국선언이 있었지만, 교사들이 징계를 받은 적은 없다"며 "시국선언을 하기도 전에 이에 대한 법률 검토부터 하는 등, 탄압 방법을 먼저 고민하는 교과부의 태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2000년 이후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2003년 '이라크 파병 반대 교사 선언', 2004년 '교원과 공무원의 노동 3권 보장 촉구 선언', 2006년 '새만금 살리기 교사 선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선언' 등 10여 차례 있었지만, 이 때문에 징계가 이뤄진 적은 없다. 2003년 총선을 앞두고 전교조 위원장이 '진보적 정치 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돼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으나, 선거와 무관한 시점에서 벌어진 시국선언에 대해 징계가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교과부 장관이 나서 시국선언 교사들을 고발하고, 교육감이 갖고 있는 징계권까지 남용하면서 구체적인 징계 방식까지 정해 시도교육청에 중징계를 지시하는 처사는 교육의 수장으로 할 일 아니다"라며 "교과부가 교육계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행정 부처로 남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