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침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가 혼선을 빚었다는 비판이 나온 이후 요동을 치던 가상화폐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거래소 폐쇄는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정부의 입장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고 나서자, 가상화폐시장에서 투기 열기가 빠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7일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서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거래가는 오후 3시 현재 1300만 원대 초반대까지 추락했다. 지난 6일 2661만6000원으로 고점을 찍었던 비트코인은 하루만에 1500만 원대에서 2500만 원대를 넘어서는 등 폭등세를 보여왔다. 이와 비슷한 폭락세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거래되고 있는 다른 가상화폐들도 30% 안팎의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김 부총리가 전날 오전 방송에 출연해 경제부처의 수장으로서 정부의 메시지를 정리한 발언이 결정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오후 들어서부터 가상화폐 시장의 폭락세가 뚜렷해졌다.
김 부총리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도 살아있는 옵션"이라며 "부처 간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비이성적 투기가 많이 되는데 어떤 형태로든 합리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과세를 한다든지 실명제를 포함해 구체적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현 시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시세는 지난 12월 초 정부가 규제 대책 마련에 착수했을 당시 수준으로 복귀했다. 12월 초에도 '거품'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던 때였음을 감안하고, 또 현재 정부의 규제가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를 상정해보면, 향후 추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적으로 하락세인 상황인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비트코인 1만 달러 붕괴되면 대대적 투매 현상 가능성"
공교롭게 국제적으로도 주요 국가들의 가상화폐 시장은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심리적 저지선'이라는 1만 달러가 붕괴되느냐에 관심이 모아질 정도로 폭락했다. 이더리움 등 다른 주요 알트(대안) 코인들도 30% 안팎의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배경으로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에서 투자열기를 식히는 추가 조치들이 잇따라 발표된 것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에 자국 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전면 폐쇄한 데 이어, 개인간거래(P2P)방식의 장외 거래소도 전면 차단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중국당국이 각 지방에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 선물거래를 허용한 미국도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2월 초 금융당국 수장들을 불러 가상화폐 거래가 초래할 위험요소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1세대 가상화폐 시장의 종말을 경고하기도 한다. '비트코인 글로벌 시세 1만 달러 붕괴'를 신호탄으로 대대적인 투매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지난 10일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에 출연해 "암호화폐는 결코 자리를 잡지 못할 것이며 결국 나쁜 결말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내가 한 종류의 가상화폐 전체를 5년물 풋옵션으로 살 수 있다면 투자하겠지만, (그럴 리가 없으니) 한 푼도 내놓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각국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에서는 가상화폐 시장이 하향안정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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