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올해로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에 대통령 특사로 파견키로 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박 전 대표는 단 한 차례 유감표명을 했을 뿐, 이 대통령과 전면적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었다. 게다가 이번 특사파견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지난 해 청와대 독대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에 뜻을 모은 이른바 '8.21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14일 "이 대통령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최고위원을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대통령 특사로 파견해 수교 50주년을 맞은 3국 지도자에게 우리 정부와 국민의 기대와 의지를 전달한다"면서 "각국 국가 원수를 예방하고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정 수석은 "수교 50주년이라 특사파견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대통령이 의견을 냈고 박 전 대표가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시절 중국 특사단장을, 지난 2009년에도 유럽 4개국 특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이번이 세 번째다.
한편 정 전 수석은 "지난 3월 하순에 제안을 해서 4월 초순께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신공항백지화 공식 발표 이전에 특사 제안이 들어갔고, 발표 이후에 박 전 대표 쪽으로부터 답이 돌아왔다는 말이 된다. 신공항 문제가 두 사람 간 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최근 친이 진영에선 부쩍 '박근혜 활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원희룡 사무총장이 전망이 어두운 이번 재보선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 지지표가 결집할 것"이라고 희망한 바 있고, 박 전 대표 측과 관계가 그리 좋지 않았던 정두언 의원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엄연한 제일 앞서가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청와대 입장에서도 지지율이 완연한 하락세로 접어든 마당에 박 전 대표 측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다만,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후계자로 공인 받아 한나라당 내 친이와 친박이 모두 박 전 대표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친이 진영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고, 친박 측도 '박근혜가 이명박의 낙점을 받은 후계자'식 구도에 대해선 정밀한 정치적 계산을 할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표도 이번 특사 파견에 대해 예의 '국익'과 '외교'를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정무수석도 "외교활동인데 너무 정치적으로 보지 말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날 특사 파견 발표는 외교안보수석이 아니라 '정무'수석에 의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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