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갈등 수습'에 방점을 찍었지만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에서는 "실망이다"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대선 공약 이행과 전체적인 국익사이에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만했던 대통령의 고뇌를 피력하며, 국민들께 진솔한 사과를 했다"며 "한나라당은 이번 결정을 국익차원에서 대승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대통령의 고뇌와 진정성을 담은 기자회견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다시 한번 영남주민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한나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상처받은 민심을 다독이는 일에 더욱 힘쓸 것을 약속드린다"며 "우리 정치권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인해 국민 분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갈등을 수습하고 국론을 모으는데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을 했다.
그러나 영남의 한 친박계 의원은 "성난 영남 민심에 대해 제대로 설득 못했다고 본다. 정말 실망이다"라고 관전평을 내 놓았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의원도 "좀 장기적으로 보자. 오늘 당장 누굴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평했다. 전체적인 회견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치 못했다는 말이다.
당 일각에서는 "결국 '수도권 대통령'이라는 것을 드러낸 기자회견"이라는 평도 나왔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같은 평에 동의하면서 "메시지 관리를 저렇게 못하나. 지방 발전 방안에 관한 질문에 'KTX 등으로 수도권과 거리가 가깝다' 이런 취지의 말을 하는데, 신공항은 서울하고 연결하자고 하는 게 아니다. 그게 바로 지방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국가의 미래에 관한 충정을 이해한다'고 해야지, '지역구에 내려가서 한 말이라 이해한다' 이런 취지로 말을 하면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가 신공항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한 것을 '지역구 달래기'로 폄하했다는 것. 박 전 대표는 전날 "미래의 국익"을 강조하며 신공항 재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했었다.
"단물 빼먹고 버리는 게 국가 최고 지도자냐"
야당의 반응은 격렬했다.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오늘의 기자회견은 시간낭비였다"고 쓴 소리를 했다. 이 대변인은 "신공항 백지화에 대통령이 고개를 숙여야 하는 이유는 단지 공약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선거에 한 번, 지방자치 선거에서 또 한 번 활용한 후 내던져버렸기 때문"이라며 "단물을 빼먹고 버리는 것이 국가의 최고지도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잘못을 인정조차 하지 못하는 대통령, 불 난 다음에 '화재 없는 나라가 원칙'이라는 식으로 발언하는 이가 여권에 유력 대권주자라면, 이는 차라리 만우절 만담수준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싸잡아 비난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대선공약 파기를 합리화하기 위해 '국익과 책임 있는 지도자의 결단'이라고 주장하는 아집에 불과했다"고 평했다. 임 대변인은 이어 "이 대통령은 '해당지역 발전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의지는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해 과학비즈니스벨트 분산 배치론에 더욱 불을 지폈다"며 과학벨트 공약 파기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대통령 되고 싶어서 거짓말 좀 해 봤는데, 대통령 되고 나니 상황이 좀 달라졌으니 후보 시절에 거짓말 좀 한 것은 이해해 달라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발언"이라며 "국민들을 납득시키기는 커녕 명백히 우롱하는 발언으로 결과적으로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평했다.
진보신당 심재옥 대변인도 "잘못된 공약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2년 넘게 결론을 내지 않음으로써 지역갈등을 불러온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나 반성은 찾아 볼 수 없었다"며 "이 대통령은 자신의 무책임한 정치행위 그 자체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