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10시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주대학교 축구부를 찾아와 1000만 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내놓은 강인정(44,여)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비 걱정 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혁 전주대축구부 감독은 “1000만원이라 하지만, 이 돈의 무게나 가치는 어느 기업인의 10억원 못잖은 돈”이라며 강씨의 손을 잡았다.
강씨는 자궁암 환자로 수술을 위해 8일 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다. 그가 이날 서둘러 전주대를 찾은 것은 최근 전남 드래곤즈 축구단에 입단한 아들(김경민, 21, 전주대 경기지도학과 4학년)과 평소 다짐해 온 “나 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자”는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날 기부한 장학금은 아들의 프로행 계약금 일부다.
아들 김경민 선수는 지난 3일부터 드래곤즈의 훈련을 위해 전남 광양으로 내려가 이날 전달식에는 불참했다. 김 선수는 라이트윙으로 주목받는 대학 축구의 유망주다. 2017년 청소년대표로, 16년 아시아대학축구선수권대회 대표팀으로 발탁 될 만큼 실력이 뛰어나다. 185cm의 큰 키와 체격, 100m를 12초대에 돌파하는 스피드와 돌파력을 갖춰 야생마처럼 그라운드를 휘젖고 다닌다.
어머니 강씨는 “아들이 2002년 월드컵때 안정환 선수의 멋진 골세머니를 보면서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며 "‘땀과 노력은 배신이 없는 법’이라고 믿음아래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들은 사춘기 시절 건축업을 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면서 갈등을 많이 겪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축구 때문에 가뜩이나 힘든 집에 짐을 지우기 싫다”며 운동을 포기하겠다는 뜻까지 비췄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고교, 대학의 축구부 감독을 비롯한 주변의 도움으로 그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그때부터 모자는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을 주변에 꼭 환원하자”는 다짐을 하곤 했다.
강씨는 “몸이 성치는 않지만 더 늦기 전에 마음먹은 것을 실천하고 싶었다”며 “아들이 운동만 잘하는 선수 보다는 주변에 덕을 베풀고 복을 짓는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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