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부동산 대책 이름이냐"는 빈축을 사기도 했던 '국방개혁 307계획'에 군 안팎의 반발이 거세다. 청와대는 반발하는 현역들에 대해선 "옷을 벗기겠다"며 총대를 멘 예비역에 대해선 "반개혁적이다"고 강하게 대응할 태세다.
장성 정원 축소, 통합군 체제 등에 대한 군의 반발은 기득권 지키기로 해석될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여당인 한나라당은 지난 정부에선 당시 국방개혁안에 대한 이들의 반발을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한 적이 있다.
청와대, '국방개혁307계획'에 대한 강한 의지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로 인해 더뎌진 감이 있지만 현 정부도 국방개혁을 강조해왔다.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ㆍ사병 복무 기간 단축 중단ㆍ정신 교육 강화 같은 것이 눈에 띄는 보수적 정책이었다면 군 구조 슬림화는 주요 정책 기조나 다름없다.
국방개혁307 계획의 장성수 감축안이 애초안보다 확대된 15%로 최종 결정될 때 청와대가 강하게 독려했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청와대는 4월 중 국방개혁 세부안에 대한 후속 보고를 받는 등 국방개혁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발이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307계획 설명을 듣기 해 국방부에 모인 성우회(星友會)와 재향군인회 소속 예비역 군인들은 강한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장성 수 감축에, 해공군은 합동성 강화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예비역들의 이런 흐름을 "시대에 뒤떨어진 반개혁적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심지어 "직접 나서기 힘든 현역들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있는 상황이다.
제2롯데월드 허가 논란 당시, 공군 예비역들의 강한 반발에 정부 여당이 멋적어 하던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성우회와 재향군인회 키운 세력이 바로…
국방개혁은 거의 모든 정부가 추진해왔다. 합동성 강화는 무려 하나회 출신인 노태우 정부 숙원사항이었다. 당시 정부는 1992년 818계획을 통해 국방참모의장(현 합참의장)에게 군령권과 군정권을 모두 부여하는 통합군제를 시도했다가 여론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현 청와대에 근무하는 인사들도 "군이 정말 강고한 기득권 세력이다"면서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때도 자기들끼리 말 맞추기를 해버리고, 눈 딱감고 버티는데 대응할 방법이 없더라. 국방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군인 것 같다"고 토로하곤 했다.
이전 정부 청와대에서도 비슷한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지만 맥락은 달랐다.
참여정부 당시 성우회, 재향군인회, 대령연합회 등 각종 예비역 단체들은 전작권 환수, 국방개혁 2020 등 국방개혁안은 물론 대체복무제 같은 인권친화적 제도에도 쌍심지를 켜고 나섰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들의 반발을 고무하거나 편승하며 정부와 청와대의 국방개혁안을 맹공했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에서도 이들은 한 편이었다.
하나회 출신 이종구 성우회장의 역할은?
군 면제 출신인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보수적 예비역 인맥에 공을 들였다. 하나회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노태우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지내며 당시 정부의 국방개혁안에 강하게 반발했던 이종구 예비역 육군대장은 대선 후보 경선 시절부터 이 대통령의 안보 자문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상득 의원과 육사 입학동기인 그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 회장에 취임했다.
마치 보수기독교계처럼 이들 예비역 세력도 내심 현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을 자부할 만하단 말이다. 수쿠크법에 대한 보수기독교계의 반발에 이어 국방개혁에 대한 보수 예비역들의 반발이 부메랑 처럼 돌아오는 상황을 청와대가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 지 두고 볼 일이다.
또한 이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심화될 경우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 내에서 '차기집권을 위한 보수 총집결'론이 고개들면 5년 전의 현상이 정확히 반복되면서 국방개혁은 또 물건너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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