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3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창 올림픽 경기 대회 대표단 파견 문제를 포함하여 회담 개최와 관련한 문제들을 남측과 제때에 연계하도록 3일 15시부터 북남 사이의 판문점 연락 통로를 개통할 데 대한 지시를 주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남북은 지난 2016년 2월 12일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 이는 남북이 각자의 메시지를 서로에게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연락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가진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판문점 연락 채널 복원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7월 17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적십자회담 및 남북 군사 당국 회담을 제안하면서 "남북 간 긴장 완화와 현안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 위해 판문점 남북 연락 채널 및 서해 군 통신선이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북측에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2일 고위급회담 제안 때도 조 장관은 "남북 당국회담 개최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 위해서는 판문점 남북 연락 채널이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보며,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의제, 대표단 구성 등 세부절차에 대해 협의해 나갈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물론 판문점 연락 채널은 남북 어느 쪽이든 일방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 단절과 복원을 반복한다는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그해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안이 통과되고 3월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시작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1991년 체결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폐기를 선언하며 연락 채널을 끊고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6월 6일 당국 간 회담을 제안했고 다음날인 7일 연락 채널을 복원했다.
하지만 5일 뒤인 12일 북한은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책임이 남한에 있다면서 판문점 연락에 응하지 않다가 22일이 지난 7월 3일 다시 채널을 복원하기도 했다.
또 2010년 5월 당시 이명박 정부가 5.24 조치를 발표하자 북한은 연락 채널을 닫은 뒤 2011년 1월 복원했다. 2008년 11월에는 당시 이명박 정부가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한 것을 빌미로 연락 채널을 차단하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조문단을 파견하는 문제로 2009년 8월 복원된 바 있다.
이처럼 판문점 연락 채널은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단절과 복원을 왔다갔다 했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판문점 연락 채널이 중단됐던 당시에는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있었다. 현재처럼 개성공단 가동도 중단되고 판문점 연락 채널과 군 통신선을 포함해 남북 간 어떤 연락 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은 적은 없었다. 이에 이러한 상황에서 이뤄진 판문점 연락 채널 복원은 이전과는 다른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 '허심탄회'하게 '상호 관심사' 논의할까?
그러나 판문점 연락 채널 복원으로 남북관계의 해빙을 점치기에는 이르다. 북한의 신속한 대응에 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북한은 고위급 회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향후 회담의 개최와 형식을 두고 남북 간 줄다리기를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회담의 의제와 관련, 남북 양측 모두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를 앞에 두고 있지만 남한은 '상호 관심사', 북한은 '회담 개최와 관련한 문제' 등으로 남북 현안 논의를 더 중점적으로 두고 있어 의제를 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 2016년 한국으로 입국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 사안을 문제 삼고 있어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적잖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대화의 주요 변수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역시 문재인 정부의 대화 시도를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2일(현지 시각)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두 나라가 대화하길 원한다면 그건 그들의 선택"이라면서도 "김정은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역시 남북 당국 간 회담에 대한 질문에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금지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화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듣고 안심한 사람이 있다면 분명 연휴 동안 샴페인을 너무 마셔서 그럴 것"이라며 낙관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을 평화적으로 개최해 이후 남북관계 개선 및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문재인 정부와, 국제적인 고립과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한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한 북한 입장이 일정한 접점을 형성하고 있어 회담 개최 자체는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리 위원장이 3일 발표한 입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일 국무회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하면서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고 밝힌 것도 북한이 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북한이 판문점 연락 채널을 열겠다고 밝힌 시간인 오후 3시 (평양 시각, 한국 시간 오후 3시 30분)에 먼저 연락을 해온 것 역시 북한이 이번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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