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강원도다. 이곳의 판세가 손학규 대표의 출마 여부를 가르고, 이곳의 승패가 손학규 대표의 향후 입지를 좌우한다.
강원도는 4.27재보선 지역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곳이고, 그만큼 정치적 상징성이 큰 곳이다. 이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 손학규 대표는 '승장'이 된다. 분당을 불출마에 쏟아질 곱지 않은 시선을 누를 정치적 위세를 확보하게 된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 분당을에 출마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원도에서마저 지는 경우다. 이러면 손학규 대표는 '패장'이 된다. 용감하게 싸우다가 분루를 삼키는 '패장'이 아니라 적에게 밥상 차려주는 '졸장'이 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도박 이론을 봐서도, 적금 원리를 봐서도 후자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신학용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분당을은 '무조건 지는 곳'이지만 강원도는 '이길 수도 있는 곳'이다. '되는 곳에 건다'는 도박 이론을 이 진단에 적용하면 결론은 내릴 필요조차 없다. '대박' 가능성을 제 발로 걷어차고 '쪽박'을 스스로 뒤집어쓸 바보는 없다.
손학규 대표가 분당을에서 승리를 일궈내면 탄탄대로의 대권 길이 열린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사탕발림이다. 손학규 대표가 보기엔 여러 개의 사탕을 등 뒤로 감춘 채 알록달록한 사탕 하나만 내미는 현혹술이다.
손학규 대표 입장에선 분당을이라는 사탕이 아니어도 더 큰 왕사탕을 강원도에서 챙길 수 있다. 민주당 후보 지원을 명분 삼아 강원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면 일찌감치 대선 운동을 겸하게 되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자신의 승리로 등치시키면 대선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분당을을 내주면 수도권의 반MB 정서를 보듬지 못한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이는 단견이다. 손학규 대표가 보기엔 수도권의 반MB 정서가 쉬 사그라질 게 아니기에 벌충할 시간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상대적 취약지를 선택해 집중하는 것이다. 4.27재보선은 2012년 총선 전에 치러지는 마지막 선거이자, 그가 대표로 치르는 마지막 선거이기도 하기에 이번 선거를 놓치면 취약지를 사전에 거점화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잡지 못한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신학용 의원의 '4불가론'을 의역할 수 있다. 민주당에게 분당을은 사지라는 그의 주장이 상대적으로 '생기'를 보이는 강원도에 시선을 집중케 하고, 분당을의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그의 전망이 상대적으로 뜨거운 강원도에 눈길을 보내게 한다. 당 대표로서 재보선 전체를 총괄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대권 후보로서 재보선 전체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히고, 분당을 출마 권유 의도가 '흔들기'라는 그의 해석이 강원도 '올인' 의도가 '다지기'라는 다른 해석을 낳는다.
분당을 출마 불가론은 곧 강원도 올인 불사론이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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