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항공은 신용카드사와 이동통신사 등 54개 제휴사업자와 연간 1300억 원에 이르는 제휴 마일리지를 판매하고 있다"며 "하지만 소비자가 보너스항공권을 신청하면 '여유좌석에 한해 보너스 좌석을 지급한다'는 불공정 약관을 근거로 거절하고 있어 집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공정위에 고발한 이유를 밝혔다.
경실련은 또 "2008년부터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소멸시효를 도입하면서 마일리지를 적립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소비자의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적립된 마일리지가 소멸된다"며 "이는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을 때부터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규정한 민법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3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의 제휴 마일리지 서비스가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
"마일리지는 현금성 자산" VS "고객 서비스에 불과"
항공 마일리지 논란의 핵심은 소비자가 신용카드나 이동통신을 이용할 때 적립되는 제휴 마일리지다.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제휴 서비스에 가입하게 되면 고객은 자동으로 항공사의 회원에 가입된다. 이때 소비자는 카드사의 약관과 항공 서비스 이용 약관에 동시에 동의하게 되는데 경실련은 마일리지는 현금성 자산이므로 보너스 좌석 수와 사용을 제한한 현재 약관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항공사는 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오해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항공 마일리지를 규정하는 개념에서부터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마일리지는 좌석을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 여유 좌석이 생길 때 착석할 수 있는 서비스 개념이라는 것. 대한항공은 '경실련 기자 회견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문에서 "마일리지는 경제적 대가 없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보너스로서 현금으로 환급될 수 없다"며 "여유좌석 사용원칙은 마일리지 프로그램이 존재할 수 있는 근간이고 모든 항공사가 좌석제공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실련은 마일리지가 캐시백이나 포인트 제도처럼 현금성 자산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현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항공 마일리지를 현금 등 경제적 자산으로 봐야한다는 고등법원의 판례가 최근에 나왔고, 공정위나 금융감독원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린 바 있다"며 "지난 4월 금감원이 입법예고했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취소했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역시 포인트와 마일리지 사용에서 이용자를 보호하고자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21일 선불전자지급수단인 포인트와 마일리지의 발행 잔액이 3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금융감독원에 등록하고 감독을 받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포인트나 마일리지가 지급수단으로써 사회적으로 문제가 크지 않다며 개정한 철회를 권고해 8월말 입법 예고를 취소했다.
"마일리지 사용량 39.9%에 불과" VS "최근 70% 넘어"
실제 항공 마일리지 사용량도 논란의 대상이다. 경실련은 한국소비자원의 자료를 인용해 "1984년부터 2002년까지 누적된 마일리지가 1665억 마일인데 비해 지급된 마일리지는 568억 마일로 34.1%에 불과하다"며 "한국소비자원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지급률이 62%에 이른다는 대한항공의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지급률은 39.9%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2008년도 보너스 좌석 사용량은 약 110만 석에 달하고 2009년 상반기의 마일리지 적립 대비 사용률은 70%를 넘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타항공사 좌석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호텔 예약이나 렌트카 서비스 등에도 마일리지 사용이 가능해 사용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휴사가 항공사에 지급하는 마일리지 판매대금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경실련은 "2004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제휴 카드사가 대한항공에 지불한 판매액은 4925억2400만 원"이라며 "하지만 마일리지 사용에 지출되는 금액은 1685억9400만 원으로 34.2%에 불과하며 카드사 이외의 제휴사를 고려했을 때 전체 비율은 11.4%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마일리지 판매액은 제휴사가 마일리지의 시장 가치를 고려해 지급한 금액이고 지출액은 마일리지 사용 시 원가에 근거해 계산되는 것"이라며 "이 둘을 단순 비교해 받은 돈을 다른 곳에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최근 몇 년간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제휴사에게 판매하는 마일리지 단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 경실련은 대한항공이 충분한 보너스 좌석을 공급하지 않는 것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제공 |
항공사와 제휴사 마일리지 남발 속에 소비자만 피해
결국 논란의 배경에는 항공 마일리지를 보유하는 국민이 26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마일리지를 남발한 항공사과 제휴사들에 있다. 제휴사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앞 다투어 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항공사는 제휴사로부터 판매대금으로 수익을 올리면서도 마일리지 사용에 있어서는 서비스 차원이라며 제약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다.
경실련은 "공정위는 지난해 '항공운송사업 경쟁정책보고서'를 통해 항공사가 마일리지를 과다 판매할 여지가 있으며 좌석 제공에 있어서도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발표했다"며 "하지만 그 이후 아무런 사후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대한항공은 마일리지의 소멸시한을 5년으로 정해 소비자의 사용을 제한함으로써 독점적인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소멸 시한을 연장하는 외국 항공사의 사례와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항공사의 약관을 보면 유효기간이 보통 3년이지만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사용 시점부터 다시 유효기간이 시작된다.
대한항공 측은 "소멸기한이 정해지는 것은 2008년 이후의 마일리지로 그전에 쌓인 마일리지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면서 "마일리지를 사용할 때도 적립시점이 오래된 것부터 차감해 고객의 불편은 적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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