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1시 26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동사무소 뒤로 가면 돼지저금통 놓여있습니다.”라는 40~50대 중년남성의 목소리는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였다.
얼굴 없는 천사를 오매불망 기다려온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통화내용에 따라 주민센터 뒤편 천사쉼터를 찾아가니 나무아래에 A4용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금액은 모두 6027만9210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중년 남성으로 추정된다는 사실 외에는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천사가 올해로 18년째 총 19차례에 걸쳐 몰래 놓고 간 성금은 총 5억5813만8710원에 달한다.
또한, 천사가 남긴 편지로 보이는 A4용지에는 컴퓨터로 타이핑한 “소년소녀가장여러분 힘든 한해 보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꺼라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가 보내준 이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한편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주민센터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남몰래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이어지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전국에 익명의 기부자들이 늘어나게 하는 ‘천사효과’를 일어나게 했다. 전주에서도 이러한 천사효과로 인해 ‘밥 굶는 아이 없는 엄마의 밥상’ 등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각종 복지사업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지 않고 후원에 참여하는 천사시민들이 늘었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으로 인해 따뜻한 ‘천사의 도시’로 불려왔다. 최근에는 얼굴 없는 천사와 같이 익명으로 후원하는 천사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얼굴 없는 천사와 천사시민들이 베푼 온정과 후원의 손길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 전달해 단 한 사람의 시민도 소외되지 않는 사람의 도시 전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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