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관은 이날 낮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사단법인 주거환경연합과 공동으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신(新)주택정책 방향 대론회'를 주최했다.
하지만 행사 시작 전부터 서울 동대문, 신길동, 경기도 의정부 등 수도권의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주민 100여 명이 "뉴타운 재개발 절대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면서 토론회는 40여 분 이상 지연됐다.
"서민들을 위해서" vs "거짓말 집어치우라"
지난 7.28 재보선 과정에서도 '신주택정책'을 공약으로 내 세운 이재오 장관은 최근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지연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인·허가가 이뤄지는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토지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현행법을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도입하겠다는 게 이 장관의 입장이다. 그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주택법, 건축법, 국토이용 관리법 등 4개 관련 법률안의 개정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같은 제도가 재개발 지역 원주민의 권리를 침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조합 설립조건 완화에 반대한다",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뉴타운 사업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 동대문에 거주하는 장모 씨는 "10년이 넘게 살아 온 내 집과 내 땅을 고작 공시지가로 보상해 준다고 한다"며 "국민의 재산을 강탈해 가면서 재개발 기준의 완화를 위한 공청회는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뉴타운 재개발은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 이재오 특임장관이 15일 국회에서 개최한 주택정책 토론회에서 수도권의 뉴타운 재개발 지역주민들이 "뉴타운 재개발 전대 반대"라는 종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파행됐고, 주최자인 이재오 장관은 행사 끝무렵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뉴시스 |
일부 주민들은 일부 토론회 참석자들과 욕설이 섞인 언쟁을 주고받았다. 보좌관 등 주최측 인사, 국회 경위와 주민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항의가 계속되면서 주최측의 한 인사가 마이크를 잡은 채 "지금 시위를 하자는 것이냐, 시위라면 이건 불법시위다"라며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강제퇴장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하자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이날 행사 사회를 맡은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여러분의 애환과 눈물을 안다"라면서 "민주주의가 뭔가, 반대의견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표출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 의원은 "토론회 순서에 대표자를 통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다"라고 제안했지만 '반대' 연호는 계속됐다. 서울시립대 최찬환 교수(건축학부), 건국대 김진수 교수(행정대학원) 등 발제 및 토론자들은 주민들의 구호와 고함 속에서 토론회를 강행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당연히 이뤄지지 않았다.
축사를 위해 행사장을 찾은 박희태 국회의장은 뜻밖의 소란 속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역시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오른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오늘 자리는 서민들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고민하는 자리"라고 말했지만 거센 항의 속에 서둘러 발언을 마쳐야 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거짓말 집어치우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2시간30분 지나서야 나타난 이재오 "이곳은 국회…소란스러운 건 문제있다"
이날 행사의 주최자인 이재오 장관은 이같은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뉴타운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 대부분이 행사장을 빠져나간 이후에야 토론회 장소에 나타난 이 장관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그랬다"라면서 "서민들에 맞는 주거정책, 주택정책을 위해 토론회를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소란스러웠다고 하는데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이곳은 국회다, 의견을 잘 듣고 좋은 법안을 만들려고 하는데 소란스럽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불쾌한 기색도 드러냈다.
이 장관은 "반대의견이 있더라도 토론을 하는 게 민주주의"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임장관실의 한 관계자는 "자기 주장도 좋지만 이렇게 남의 행사를 망쳐도 되느냐"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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