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정희 "증세는 현실적으로" vs 조승수 "진보의 자폭"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정희 "증세는 현실적으로" vs 조승수 "진보의 자폭"

진보정당, 복지 논쟁 가열…진보대통합도 신경전

"(복지 확대와 증세에 대한) 현실적 전망이 필요하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증세는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은 진보진영의 자폭이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같은 진보정당이지만 복지와 증세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은 이처럼 엇갈렸다. 서로를 향해 "틀렸다"고 거칠게 얘기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조 대표는 민주노동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고, 이 대표는 "수십 년 뒤에 어디에 도달할 것인가의 꿈은 모두가 다르지 않다"는 말로 이런 공격을 빠져 나갔다.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진보의 복지, 무엇을 어떻게' 토론회에서 두 진보정당 대표는 각각 자신들이 생각하는 복지 정책의 그림과 실천 전략을 내놓았다. 이 토론회는 진보정당 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주최했다.

조승수 "지금 진보의 역할은 정교하지 못하더라도 과감한 증세 얘기하는 것"

▲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프레시안(여정민)
두 정당 대표의 공통점은 물론 있었다. 1차 노동시장에서의 분배가 중요하단 것이다. 조승수 대표는 "조세 지출을 통한 재분배 이전에 노동시장의 1차 분배가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민주노동당은 최근 "노동중심 평화복지"를 복지 슬로건으로 내놓았다.

"우리가 원하는 복지국가의 실현까지 최소 20년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두 대표 모두 인정한 부분이었다.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했지만 입장차는 증세 등에 대한 단기적 전략에서 나타났다.

좀 더 과감하고 구체적으로 공격에 나선 것은 조승수 대표였다. 조 대표는 "2012년이 복지국가로 가는 출발 정도의 의미가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지금 진보진영의 역할은 조금 정교하지 못하더라도 훨씬 더 과감하게 증세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미 한국사회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조차 복지를 얘기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복지 프레임이 작동되고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 '신중해야 한다, 국민 수용성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진보진영이 자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이렇게 만들어진 상황을 왜 진보진영이 활용하지 않느냐"며 "진보진영은 오히려 (증세 반대론자들을) 복지와 증세 프레임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대표는 정운찬 전 총리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최근 벌인 '이익공유제' 논란을 언급하며 "정운찬 전 총리의 편을 들어야할지 이건희 회장더러 '솔직하다' 해야 할지 난감했다"며 "보수 진영의 논의도 이미 이 정도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희 "집권 후 5년 간 무엇을 할지 현실적 전망 내놓아야"

▲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프레시안(최형락)
반면 "부드럽고 정교하게"를 강조한 이정희 대표는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최근 민주노동당이 내놓은 복지안은 비과세 감면과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등을 통해 확보한 예산으로 보육, 의료, 노후 등 6개 복지영역에 순차적으로 54조 원 정도를 투입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정희 대표는 "2013년 집권한 직후부터 한꺼번에 54조 원을 다 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계적인 복지 확대를 말했다. 이 대표는 "사실 세원을 마련하는 것보다 세출을 (복지) 쪽으로 쏟아붓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는 세력을 (우리가) 확고하게 누를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이런 신중함은 '2012년 대선 승리를 통한 집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다음 정권 5년 동안 어디까지 (복지를) 진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우리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그에 대한 현실적 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증세 역시) 현실에서 출발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민주노동당을 향한 '복지 정책 후퇴' 비판을 겨냥해 "이전과 달라진 것 아니냐고 여길 수 있지만 (민주노동당은) 수 십 년 앞이라는 굉장히 큰 꿈을 그리고 있다"며 "그러나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집권 후 5년에 대한 치밀하고도 현실적인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앞으로 30년, 100년 함께 갈 진보의 동지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으면 얼마든지 시간차 공격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과의 입장 차이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진보진영의 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승수-이정희 거리보다 이정희-유시민 거리가 더 가깝다?

복지 확대와 증세에 대한 전략만 놓고 보면 이정희 대표의 이런 생각은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의 '현실론'과 더 가깝다.

유시민 원장은 지난해 11월 이미 "무엇 때문에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져 주느냐"고 말했고, 최근에도 민주당이 내놓은 '3무1반(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정책'을 놓고 "선거용 캐치프레이즈로는 의미 있을지 모르지마나 정치인이 논의를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유 원장은 이런 비판의 배경에는 "지금 야권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근본은 신뢰의 위기"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는 "국민적 설득력"을 위한 "현실적 목표"를 강조하는 이정희 대표의 기본 시선과도 닮았다. 또 이정희 대표의 '현실론'이 집권이라는 목표를 전제로 하고 있고, 유 원장의 '신중론' 역시 집권의 경험에서 시작되고 있음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유 원장은 지난달 17일 국민참여당의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는 참여정부 때와 거의 마찬가지의 이념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왼쪽으로 '좌클릭'을 해서 상대적으로 (내가)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정희 "진보양당 실무협상단 구성" 제안에 조승수 '그걸 왜?'

한편, 이정희 대표와 조승수 대표는 이날 진보대통합을 위한 양당만의 실무협상단 구성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이정희 대표가 먼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노동당은 4월 2일 중앙위원회에서 '공식 통합실무협상단'을 구성할 예정인 만큼 진보신당도 3월 27일 정기 당대회에서 공식 협상단 구성을 확정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이 대표가 말한 '실무 협상단'이란 현재 진보대통합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연석회의 외의 별도 기구를 만들어 양 당의 논의를 진행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조 대표는 별도로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통합실무단의 역할과 위상 및 연석회의와의 관계 등 제안의 취지를 더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부정적 입장을 일단 밝혔다.

조 대표는 "진보신당은 이미 지난 전국위원회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위'를 구성하고 설치하는 안을 확정하고 당내 추진기구 구성안을 확정했고 오는 당 대회 안건으로 채택을 앞두고 있는데 민주노동당이 이를 잘 모르고 제안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