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진 20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주대 캠퍼스. 오전 9시쯤 빨간 산타 모자를 쓴 학생 10여 명이 정문초소에 나타났다.
신호봉을 들고 줄지어 밀려드는 차량이 엉키지 않도록 교통정리를 하던 직원 박정근(58)씨에게 다가가 “아버님, 크리스마스 선물 이예요”라며 노란 털목도리를 둘러줬다.
찬바람 속에 연신 하얀 입김을 내뿜던 박씨는 “한 땀 한 땀 학생들의 사랑이 스민 목도리에 움추려든 몸과 마음이 절로 풀리는 것 같다”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학생들은 교내 곳곳의 화장실과 도서관, 학생회관 등 20여 곳을 돌면서 80여 명의 환경미화,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에게 “늘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자신들이 직접 짠 목도리를 건넸다.
이 행사에는 전주대 홍보대사들도 동참했다. 선물을 받고는 “우리까지 생각해 주는 마음이 너무 고맙고 따뜻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이날 사랑의 목도리를 기증한 학생들은 전주대 사회복지학과 동아리 ‘도나지’회원들. 도나지는 도움·나눔·지킴의 앞글자를 따지었다. 이날 기증한 1m짜리 목도리는 33명의 동아리 회원들이 지난 2개월간 정성을 다해 만든 선물이었다.
사랑의 목도리는 지난 11월 초 한 회원이 “우리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가장 많은 도움을 주는 분들이 경비원, 환경미화원 들이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하시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에게 인사만 건넬 것이 아니라 추운 겨울을 잘 날 수 있도록 목도리를 직접 짜 선물하자”고 제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
대부분 학생들에게 목도리짜기는 처음이라 작업은 힘들고 더뎠다. 처음엔 경험자들이 기초부터 하나하나 가르쳤다. 그래도 모르는 부분은 인터넷 동영상을 틀어놓고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뜨고 풀기를 수십여 차례 반복하기 일쑤였다.
또 목도리를 뜨는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수작업이다 보니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학기 중이라 수업과 공부, 쏟아지는 조별 과별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이달엔 기말시험까지 겹쳐 애를 먹었다. 강의실에서 쉬는 시간이면 곳곳에서 목도리를 뜨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도나지 동아리 최아현(3학년) 회장은 “목도리뜨기가 대바늘을 뽑아서 실을 감고 빼고 반복하는 과정이라 주말 등 시간이 날 때 종일 작업을 하다보면 손과 허리가 아프도 눈도 시려왔다”며 “몸은 힘들었지만 늘 도움받던 분들을 위한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는 생각에 마음은 설레이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대 사회복지학과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동아리 '도나지'는 노인·아동·장애인복지‧ 캠페인‧ 봉사 등 5개 그룹으로 나눠 활동을 한다. 매주 한 번씩 전주시내 경노당과 아동·장애인 복지센터를 방문해 한글을 가르치기도 하고 장애인들에게 친화력과 사회적응을 돕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