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재밌다. 두 예비후보가 MBC사장이 되는 과정에서 엇갈린 점, 그리고 강원도지사 예비후보로 나서면서 또 한 번 엇갈린 점이 드라마틱한 면을 배가시키기에 눈길 주지 않을 수 없고, 보도하지 않을 수 없다.
▲ 한나라당 엄기영 예비후보. ⓒ연합 |
하지만 재밌어 하는 쪽은 강 건너에 있는 '관찰자'다. 불길 옆에서 열을 올리는 '당사자'는 결코 재밌지 않다. 강원도민 말이다.
강원도민 입장에서 MBC는 둘째 문제다. 원주혁신도시가 일그러지고, 남북평화가 곧 '돈'이었던 이전 특수가 사라졌기에 먹고사는 문제가 급선무다. 6.2지방선거에서 전통적인 여당 성향을 버리고 민주당 후보를 강원도지사에 앉힌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 않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원주'와 '평화 특수'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구제역 파동이 추가됐다. 그래서 강원도민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먹고사는 문제이고 지역발전이다.
이런 강원도민 앞에서 'MBC 목장의 결투'만 부각되면 결과적으로 엄기영 예비후보는 득을 보고 최문순 예비후보가 해를 입는다.
먹고사는 문제를 반MB 표심으로 연결할 매개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민생 피폐의 책임을 둘러싼 공방의 공간이 좁혀지기 때문이다. 보궐선거에서의 MB프레임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국정 탓'을 할 여지가 줄어들기에, 민생에 기반한 반MB 구도가 정치에 기인한 인물대결 구도로 전환되기에 엄기영 예비후보는 한숨 돌리고 최문순 예비후보는 한숨 내쉬게 되는 것이다.
구도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이미지 문제도 있다.
▲ 민주당 최문순 예비후보. ⓒ프레시안 |
기왕 펼쳐진 판이니까 한판 흐드러지게 놀기로 작정하고 최문순 예비후보가 말화살을 날리면 그게 부메랑이 된다. MBC 사장 퇴임 전후의 엄기영 예비후보 행적과, MBC와 한나라당의 관계를 부각하면 할수록 최문순 예비후보의 입은 거칠어지고 덩달아 부정적 이미지도 강화된다. 자신의 선거 승리를 위해 '한참 선배'를 마구 헐뜯는 이미지가 각인된다.
반MB 정서의 사유 가운데 하나로 꼽을 정도로 강원도민이 MBC에 감정 몰입을 한다면 최문순 예비후보의 '공격'이 '야성' 또는 '투쟁성'의 상징이 되겠지만, 정반대로 강원도민이 강 건너에서 MBC를 바라보는 현실에서는 '치받는' 모습만 부각된다.
이렇게 보면 민주당의 초기 재보선 전략은 실패다. 4.27재보선을 반MB 구도로 치르겠다는 그들이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이자 접전지역에서 반MB구도를 스스로 흐트러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MB목장의 결투'를 'MBC목장의 결투'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민생을 정치로 치환하고, MB를 엄기영으로 좁혀버렸기 때문이다. 엄기영 대 최문순 대결을 피할 수 없었다면 당과 예비후보 측이 역할을 나눠 반MB 구도 짜기와 인물 대결을 병행해야 하는데 중앙당과 예비후보 모두 합창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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