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보수기독교 인사인 조용기 목사가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운동'을 언급해 파장이 일고 있다.
조 목사는 지난 24일 저녁 서울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교회협의회(NCCK) 신임 회장인 이영훈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취임 감사예배에서 "정부가 이슬람채권법(수쿠크 법) 입법화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추진한다면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운동을 벌이겠다. 법이 통과되면 정권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행사 참석자들과 <동아일보>에 따르면 조 목사는 축사에서 "정부가 이슬람 지하자금을 받기 위해 이슬람을 지지하는 일이 생기면 철저히 이 대통령과 현 정부와도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면서 "어제 만난 한 장관이 '기독교계가 이슬람채권법 취지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정부의 입법화 노력을 이해해 달라'고 내게 1시간 동안 설득을 하던데, '법안이 통과되면 당신이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우리는 결사반대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일보>회장이기도 한 조 목사는 앞선 23일 다른 원로목사들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목사는 최근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반대의사를 명확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기 위해 이 행사에 참석한 박명환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어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면서 "조 목사가 그런 언급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보수와 진보의 화합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KNCC로 흔히 불렸던 한국교회협의회는 진보적 성격의 연합 단체지만 보수 성향의 순복음 교회 이영훈 목사가 회장에 취임했고 조 목사의 축사는 주로 이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는 것.
하지만 대표적 보수 기독교 원로로 이명박 대통령과 사이가 돈독한 조 목사가 공식 석상에서 '하야 운동'을 언급한 것 자체가 심상치 않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수 기독교의 뜨거운 지원을 받아 온 '장로 대통령'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워 온 불교계에서조차 이 정도 직설적 발언은 나온 적이 없다.
박 비서관은 '국민통합수석실에서 기독교계의 수쿠크 반대 의견을 수렴하고 있냐'는 질문에 "우리 쪽이 아니라 경제금융비서관실 쪽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직 우리는 나서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에서도 종무업무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대신 기획재정부 쪽이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가 아니라 '경제'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
한편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조 목사 발언에 대한 청와대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논의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김 대변인은 '조 목사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수쿠크법을 반대한 것은 사실이냐'는 질문에도 "대통령 공식일정이 많아서 확인해보지 못했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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