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우리 정부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단다. 서울 롯데호텔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에 잠입한 괴한들이 국정원 직원들이라는 국내 언론 보도를 보고 이같이 요청했단다.
상황이 이런데도 끊이지 않는다. 괴한들이 국정원 직원들이라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그들이 국정원 3차장 산하 산업보안단 실행팀 소속이라는 후속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조직 이름을 넘어 조직 내부까지 들춰내고 있는 것이다.
출처는 정부 관계자다. 이들이 뒤에 숨어 국정원 이름과 내부 조직을 거론하고, 국정원 직원들이 캐내고자 했던 정보가 뭐였는지를 열심히 입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의 이같은 언론 플레이는 누가 봐도 자해수다. 국제관행으로 여겨져 온 '시치미 떼기' 여지를 박탈하면서 우리 정부를 궁지에 모는 이적 행위다. 그런데도 감행한다. 얼떨결에 기밀을 누설하는 수준을 넘어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연이어 언론플레이를 한다.
▲ 지난 해 국회에 출석했던 원세훈 국정원장ⓒ프레시안 |
또는 국정원 내 반 원세훈 세력이 원세훈 원장 체제를 흔들려고 국정원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단다.
아무래도 좋다. 그것이 부처 간 갈등이든 조직 내 암투이든 아무래도 좋다. 진실이 어떤 것이든 달라지는 건 없다. 분명한 건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 누워 침뱉기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격'과 '국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신의 안위 또는 조직의 이익을 우선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명백한 국기문란 행위를 버젓히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 '자기절제'는커녕 자가발전으로 자승자박을 일삼는 정부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한데 아무 소리가 없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어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국정원 건은) 보고된 바 없다"며 "수석비서관 회의든 다른 자리에서든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해한다. 국정원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나서서 보고 받았다느니, 감찰하겠다느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렇게 밖에 얘기할 수 없다는 사정을 이해한다.
그래서 조용히 속삭인다.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한다. 국격과 국정을 바로세우기 위해 면밀히 감찰해야 하고 단호히 징치해야 한다. 그게 이명박 정권에게도 득이 될 것이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국정원 사태는 권력 말기에 나타나는 공직기강 해이현상이고 조직 챙기기 현상이니까 레임덕 징후로도 읽을 수 있다. 이 현상이 집권 3주년 만에 나타나고 있다면 이명박 정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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