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중국계 영리병원 설립이 임박했다. 중국 국유부동산 기업인 녹지그룹이 100% 투자했다고 알려진, 녹지국제병원이다. 오는 15일 예정된 2차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사실상 마지막 절차다. 이 단계를 거쳐 제주도지사가 개원 승인을 하면, 국내 첫 외국 영리병원이 문을 연다.
중국계 영리병원의 실제 운영자?
하지만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녹지국제병원의 실질적 운영권은 국내 의료법인이 갖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의료법인이 우회적으로 영리병원을 운영한다는 것. 아울러 해당 의료법인 대표는 씨놀 등 건강식품 다단계 판매 회사를 운영한다. 더구나 씨놀의 주요 성분인 '해조 폴리페놀'의 효과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공공성 강화 제주도민운동본부' 등 보건의료단체가 12일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1차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계기로 파악한 사실이다. 당시 김수정 리드림의료메디컬센터 대표가 자신을 녹지국제병원 원장이라고 소개하며 사업 설명자로 나섰다. 김 대표는 현재 비영리의료법인인 미래의료재단의 이사를 겸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 국내 운영자를 밝히라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잇따른 요구였지만, 제주도 측은 그때까지 공개하지 않았었다.
'녹지국제병원 운영권 획득' 홍보한 국내 회사
이후 이들 보건의료단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 대표가 속한 미래의료재단 및 관련 회사들은 녹지국제병원의 운영권을 자신들이 갖게 됐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했다. 실제로 미래의료재단 관계사인 건강식품 다단계 판매회사 '헬씨라이프' 홈페이지에는 '녹지국제병원 운영권 획득'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이를 기초로, 이들 보건의료단체는 녹지국제병원의 실질적 운영자가 미래의료재단이라고 본다. 중국 녹지그룹이 100% 투자했다는 건 서류상 기록일 뿐이라는 것. 요컨대 사업 승인은 서류상 요건만 갖춘 외국법인이 받고, 실제 운영은 국내법인이 하기로 돼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FDA 승인' 광고, 근거 불분명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이 승인했다. 이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과정 자체가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법률 및 조례에 따르면, 제주도 내 외국인 의료기관의 개설 허가 사전 심사 단계에서 보건복지부는 사업 신청자의 보건의료 유사 사업 경험, 제주도 내 보건 의료 체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신청자인 중국 녹지그룹은 국유 부동산기업으로 보건의료 유사 사업 경험이 입증되지 않았다.
게다가 실질적 운영자로 보이는 이행우 미래의료재단 대표가 하는 건강식품 다단계 판매 사업 역시 '허위, 과장 광고' 행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헬씨라이프 측은 "(주력 상품인 '씨놀'의 주요 성분인) 항산화 물질 '해조 폴리페놀'이 2008년에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NDI(New Dietary Ingredient, 신규 식이 원료) 승인을, 2012년에 FDA 임상 허가를 취득"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FDA의 NDI 승인 절차는 따로 없다는 게 우 위원장의 설명이다. NDI로 신고할 수 있을 뿐이다. 또 그 신고만으로 FDA 로고를 사용할 수 없게끔 돼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해조 폴리페놀' 역시 치약 성분으로만 신고돼 있다.
"UCLA, USC 등과의 임상시험을 허가받았다"라는 광고도 했는데, 그 역시 보건의료단체가 근거를 찾지 못했다.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심사 과정, 국정조사 해야"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녹지국제병원 사업 계획서 승인 절차가 위법하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왔다. 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졌거나, 외압이 있었으리라는 것.
이날 회견을 진행한 보건의료단체들은 "제주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심사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 및 감사"를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문재인 정부는 영리병원 반대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며 "의료적폐 청산의 시작은 제주 영리병원 철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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