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8일 본회의를 열고 홍진표 국가인권위원(차관급) 선출안을 처리했다. 재석 252명, 찬성 171명, 반대 66명, 기권 2명, 무효 13명이었다. 이날 선출된 홍 위원은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사단법인 시대정신 이사다. 홍 위원은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에 반발해 사퇴한 문경란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한나라당이 추천했다. 야당은 "반인권적인 인사"라며 홍 위원의 선출을 반대했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밀어붙였다.
광주 출신인 홍 위원은 80~90년대 민혁당 핵심으로 활동하는 등 '원조 주사파'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국가보안법 등 위반으로 세 차례 투옥됐다. 이후 97년부터 북한을 비판하는 등 이른바 '사상 전환'을 했으며 대표적인 뉴라이트 단체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을 맡았다. 이명박 정부와도 가까운 인사여서, 현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에 유력하게 거론됐다가 시민사회의 반대로 무산된 적도 있다.
북한 인권을 비판하는 '강경 매파'인 홍 위원의 선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제2의 현병철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권단체 등은 "뉴라이트 활동과 북한 민주화 활동을 했을 뿐, 인권 전반에 관해 어떤 활동이나 결과물을 낸 적이 없는 비전문가"라고 홍 위원의 선출에 반대해왔다. 전문성 없이 선임돼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산 현병철 위원장의 사례와 판박이라는 것.
또 홍 위원의 선출로 인권위가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뒷받침하는 조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인권위 비상임위원을 맡았다 현병철 위원장의 독단적 조직운영에 반발, 사퇴한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는 홍 위원 내정과 관련해 "인권위를 북한인권위로 축소시키거나 아예 형해화시키는 임무를 맡은 'X맨'의 파견"이라고 표현했었다.
홍 위원은 또 전교조 해체를 주장한 인사다. 전교조 가입 교원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가 하루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던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과 함께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책을 썼었다.
이날 홍 위원 선출안에 반대표를 던진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뉴라이트 출신 인사인 홍진표 후보자는 촛불시위에 대해 '거짓과 광기의 100일'이라고 표현하는 등 인권에 대해 무지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역시 반대표를 던진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국가인권위를 불신과 반목의 위원회로 만드는 것이 홍진표 씨의 임무 일 것"이라고 비판하며 "국가인권위를 무너뜨린 현병철, 국가 인권위를 남북관계 악화의 도구로 만들 홍진표 씨는 자리에서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정식재판 청구시 약식명령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부결됐다. 반대 토론에 나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서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축시키는 법안"이라며 "서민들이 재판받을 권리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 안된다"고 호소했다.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재석 210명 중 찬성 100표, 반대 89표, 기권 21표로 부결됐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희한한 사과'
이날 박희태 국회의장은 지난해 예산안 날치기에 협조한 것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 의장은 다만 "여야 의원들께서 화기애애한 가운데 의사당에 앉아 계신걸 보니 반갑고 기쁘다"며 "그동안 진작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종태 국회대변인이 "지난 연말 국회에서의 예산안 처리와 관련한 유감 표명"이라고 설명했지만, 박 의장의 발언에는 '예산안 처리'라는 말이 전혀 없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박희태 의장이 '책임 통감', '죄송하다', 이런 말을 했지만 그것만으로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한쪽 입맛에 맞으면 무조건 강행처러하는 나쁜 선례를 만든 의장은 그에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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