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정운천 최고위원이 자신이 주장한 "구제역 침출수 퇴비 활용"과 관련해 이번에는 "직접 시연해보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정 최고위원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는데 대해서도 "(정부와 별도로 시연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최고위원은 1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부에 현재 고온 멸균 방식을 통한 침출수 퇴비 활용 계획 등의 방안을 포함해 지난 10일 당정회의에서 건의한 상태"라며 "구제역 매몰지에서 매몰된 것(침출수 및 가축 사체)를 뽑아내 고온멸균 방식을 거쳐 퇴비로 만드는 것을 시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경사지의 하천변 2차 오염이 우려되는 지점을 차단막을 보강공사 한 것이 있는데,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매몰지를 옮기거나 내용물을 흡입해 신속히 고온멸균해 유기성 재생 비료를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로 대안을 제시했는데, 이게 말을 뚝 잘라서 '침출수가 퇴비다' 이렇게 (언론이) 얘기하는 것은 전혀 아닌 얘기다. 많은 국민 오해가 있었다"고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 정서라든가 이런 부분까지도 감안해서 판단해야 될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현재 그런 침출수를 다른데 이용하는 문제에 대해선 전혀 고려한 바가 없다"고 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국민 정서'를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 장관이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지적하자 정 최고위원은 "당정회의에서 '침출수를 고온 멸균 시켜 퇴비로 만들자는 것'을 콕 집어 건의한 것은 아니고, 종합적인 방안의 하나로 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앞으로 정부에 계속 건의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유 장관이 "국민 정서"를 거론한데 대해서도 정 최고위원은 "(침출수를 고온 멸균해 퇴비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 오히려 국민 정서에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침출수 비료? 상식 이하"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배재근 교수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제가 봤을 때 침출수를 비료로 쓸 수 있다는 표현은 상식선 이하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배 교수는 "거름을 만들 때에 적어도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부숙을 시킨 후에 사용을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지금 매몰지에서 발생되는 침출수는 퇴비로는 사용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논평을 내고 "정 최고위원이 황당한 주장을 했는데, 그 퇴비, 만들수 있다면 한나라당에서나 쓰시라. 민주당은 구제역 대책 등 민생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꼬집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또 구제역, 조류독감 등의 대책으로 "군 화생방 부대에 그런 매뉴얼을 제대로 교육시켜 군 기동 방역단을 만들면 앞으로 그런 질병이 (구제역, 조류독감) 재발 했을 때 신속하게 박멸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에 건의한 것은 아니고 국회 국방위원장(원유철 의원)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일반 병사들이 방역에 동원되니 부모님들이 걱정을 하기 때문에 전문 인력으로 채워진 군 기동대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