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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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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라고요?"

[현장] 'STOP! 성매매 영상제' 폐막식

성매매방지법 시행 5주년을 맞아 열린 제1회 'STOP! 성매매 영상제'가 이틀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16일 막을 내렸다.

'성매매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소통'이란 화두를 내건 이번 영상제는 성매매 여성의 치유와 성장을 다룬 국내외 영화 12편을 상영해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또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주제로 한 영상 공모전을 열어, 총 8편의 본선 진출작이 관객들과 만났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 3가 피카디리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는 총 2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영상 공모전의 시상식 및 수상작 상영을 지켜봤다. 성매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꼬집은 본선 진출작들은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식의 단편들로 마련됐다. 심사 및 시상에는 <낮은 목소리>, <발레 교습소>의 변영주 감독이 참여했다.

▲ 'STOP! 성매매 영상공모전' 수상자들. ⓒ프레시안

우수상에는 신그리나 감독의 애니메이션 <성매매의 덫, 이런 세상 상상해보셨나요?>와 양현아 감독의 <빛>, 양영웅 감독의 <인형> 등 3편이 선정됐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영상 집단 '유니안'의 <20대 남성들, 그들이 생각하는 성매매란>은 성매매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편견을 그대로 보여주는 르포 영상이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3명의 남성들은 "노동력을 팔듯이, 몸 역시 거래할 수 있다", "성매매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 해결이다"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이들의 말을 통해, 우리 사회가 왜 아직 '성매매 공화국'에서 자유롭지 않은지 깨닫게 된다.

대상은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영상 집단 '싸이티'의 <터닝 포인트>가 차지했다. <터닝 포인트>는 가출한 여학생이 성매매 업소를 거쳐 쉼터로 들어가게 되는 짤막한 이야기와 함께 점차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성매매의 현실에 대해 날카롭게 꼬집었다.

안양제일교회 고등부 학생들로 구성된 영상 집단 '싸이티'는 지난해 교회에서 성매매에 관련한 특강을 듣고 성매매 문제에 관심이 생겨 이번 영상 공모전에 참여하게 됐다. 공동 연출을 맡은 박은영(18) 학생은 "성매매의 현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영상을 제작하면서 피해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청소년들까지도 점차 성매매에 내몰리게 되는 현실이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레!'라는 감탄사로 수상 소감을 시작한 진석현(16) 학생은 "영상 제작을 계기로 사회에서 외면됐던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우리 학생들부터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상제를 주최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이화영 원장은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이번 영상제가) 보다 호소력 있는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인권 문제로서의 성매매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열리는 <STOP! 성매매 영상제>는 내년에도 보다 풍부한 작품들과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성매매 여성, 그 '언니'들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언니>


ⓒ살림
환향녀, 기생, 양공주, 윤락녀, 매춘부…. 성매매를 규정하는 수많은 언어들. 여성의 성을 '봄'에 빗대 '봄을 판다'는 의미의 '매춘'부터, '스스로 타락해 몸을 버린다'는 뜻이 담긴 '윤락'이란 용어까지. 그러나 성매매를 규정하는 이 숱한 언어들 속에, 정작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는 얼마나 드러나 있을까. 혹 우리 사회는, 쉽게 '성매매 근절' 혹은 '성노동 합법화'를 말하면서도, 정작 당사자 여성들의 목소리는 외면해 온 것이 아닐까.

계윤경 감독의 다큐멘터리 <언니>는 사회가 외면해 왔던 성매매 여성들, 그 '언니'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은 영상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2년을 맞은 2006년, 일제 시대 공창지역이었던 부산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에서 시작한다.

한 '언니'는 어린 시절 끔찍했던 가정 폭력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집결지로 들어왔다. '집이 아니면' 어디서든 살 수 있다는 절박한 생존에 대한 갈망이었다. 또 한 '언니'는 중학교 시절 길에서 강간을 당했지만, '품행이 단정치 못한 애'로 학교에 소문이 나면서 오히려 퇴학을 당해야 했다. 그 길로 그녀는 집결지로 왔다. 또 한 '언니'는 말한다. "그 남자들은 섹스를 사는 게 아니라, 타인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고 싶은 욕망을 사는거야." '세상이 모르는 여자들'의 세상을 향한 목소리다.

<언니>는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인 '살림' 활동가들과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로 성매매의 현실과 성매매방지법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담론을 조명하고 있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성노동 합법화'를 둘러싼 수많은 논의와 갈등이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실종된 가운데, 감독은 '언니'들이 말하는 자신의 이야기에 주목하다. 그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가 그 어떤 구호나 담론보다 값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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