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학교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적시로 2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아 대법원에 상고한 가운데, 학계와 예술계를 중심으로 박 교수의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 꾸려졌다.
<제국의 위안부> 소송 지원 모임은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역사와 정치의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할지라도, 그 생각을 말할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박 교수의 상고를 위해 모금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 교수는 지난 1월 25일 1심 판결에서 "책에서 (박 교수가) 개진한 견해는 어디까지나 가치판단을 따지는 문제이므로 형사 절차에서 법원이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에서 벗어난다"며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지난 10월 27일 2심 재판부인 서울 고등법원은 1심과 달리 박 교수가 책에 허위사실을 집필했다고 판단, 벌금 1000만 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박 교수가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표현이 35곳에 있었는데, 재판부는 이 중 24곳은 의견 표명에 해당하지만 나머지 11곳은 사실을 적시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유엔(UN) 인권소위원회특별조사관 보고서, 일본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1993년 8월 담화문 등의 객관적인 자료에 비춰 11개 사실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때문에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고 박 교수가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며 명예훼손에 고의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교수는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사람으로 해당 서술이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사실 왜곡으로 피해자들에게 큰 정신적 고통도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교수가 "피해자들을 비방하거나 고통을 줄 목적은 없었다"며 "학문과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하고 박 교수의 잘못된 생각은 토론 등으로 걸러져야 하지 법관의 형사처벌로 가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날 소송 지원 모임은 "(고등법원) 재판부에서 저자의 위안부 인식을 '허위'라고 보는 근거는 그것이 우리 사회와 국제 사회의 '올바른' 인식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의'란, 저자가 위안부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효과가 있는 주장임을 스스로 알면서, 그러한 주장을 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학문적 저술을 대하는 태도로서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의 위안부 인식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학문적 견해가 사법적 잣대로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이들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올바른' 인식과 '허위' 인식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것은 위안부 문제를 활발한 연구와 토론의 대상이 되지 못하게 만들고, 아울러 그것을 한-일 갈등의 원인으로 계속 남아 있게 하는 발상"이라며 "박 교수의 책이 명예 훼손의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은, 그 책의 여러 효과 가운데 하나, 그나마도 독자 쪽의 특수한 이해관계 때문에 생기기 쉬운 효과를 과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찬반 여부와는 상관없이, 저자에 대한 2심 재판부의 판결이 우리 학계와 문화계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유죄 선고를 통해 재판부가 시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는 앞으로 신변의 위해를 입지 않으려면 국내외의 주류 집단에서 '올바르다'고 인정하는 역사 인식만을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2심의 시대착오적 유죄 판결은,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국가 및 사회 권력의 존재와 그 억압성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며 "군사독재 정권과 함께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사상적 통제가 다시금 부활하는 듯한 느낌, 획일적인 역사 해석이 또다시 강제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에 우리는 박유하 교수의 소송을 지원하고, 이를 위한 모금을 시작하고자 한다. 역사와 정치의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할지라도, 그 생각을 말할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모금을 시작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모임에는 국내외 학계, 예술계 인사 90여 명이 함께했다. 국내에서는 김철 연세대학교 교수와 황종연 동국대학교 교수, 김영규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강신표 인제대학교 명예교수, 안병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등이 참여했으며 해외 인사로는 MIT의 노엄 촘스키 교수 등 48명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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