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들이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메탄올 실명 사건이란 휴대전화 부품 납품 협력업체 소속 파견 노동자 6명에게 메탄올 중독으로 급성 시신경 손상, 독성 뇌병증 등 직업성 질환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고발당한 전직 장관들은 방하남(2013.03~2014.07), 이기권(2014.07~2017.07) 전 장관이다.
노동건강연대와 메탄올 실명 피해 당사자 및 가족들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 방하남, 이기권을 직무유기로 고발한다"며 "대한민국 검찰은 명명백백히 조사해 이들의 죄를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2015년 2월부터 2016년 2월 사이 발생한 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 6명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피해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의도적으로 져버렸다는 게 이유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고의 또는 과실을 입증할 만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추가로 고발조치한 것이다.
"메탄올 사고 이전에 똑같은 사고 있었으나 노동부가 은폐했다"
메탄올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사고가 있기 앞서 똑같은 메탄올 실명 사고가 있었지만 노동부가 이를 은폐했다고 판단한다. 실제 이들보다 앞선 2014년 3월, 삼성전자 하청업체인 N사에서 일한 중국인 동포 남 씨가 일한 지 4일 만에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 씨는 메탄올로 인한 피해증상이 나타난 후, 여러 의료기관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으나 시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시신경염으로 산재보험 요양급여를 승인받았고, 2014년 10월까지 치료를 받다가 그해 11월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남 씨가 일했던 사업장 담당이었던 안산지청은 별다른 조사나 수사를 하지 않았다. 안산지청은 남 씨 사고 관련, 2014년 업무추진지침 등에 근거한 일반재해조사 대상이 아니었기에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노동건강연대 등은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부는 2014년 3월 이미 삼성전자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에서 똑같은 일을 하다 실명한 노동자 사례를 알고 있었으나 이를 감췄다"며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부는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떠한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이를 공표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만약 당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2015년과 2016년 연달아 발생한 청년 노동자 6명의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실명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의 직무유기이고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노동자 건강 피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심지어 2015년 2월 최초로 메탄올 중독 피해자가 사회적으로 인지된 이후,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알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음에도 고용노동부는 입을 열지 않았다"며 "고의로 이 사건을 덮고 자신의 직무유기 행위를 은폐하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메탄올 피해자 "가족 얼굴 볼 수 없는 게 제일 힘들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이진희 씨 아버지 이명일 씨는 국가가 제대로 관리·감독만 했더라도 자기 딸의 두 눈을 멀게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 딸은 현재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뒤, 정신장애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씨는 "국가는 메탄올 실명과 뇌손상 관련해서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우리 딸 사고 전 발생한 메탄올 사고를 제대로 조사하고 예방했다면 우리 딸을 포함한 6명이 추가로 실명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탄올 사건으로 두 눈을 잃은 이현순 씨는 "가족과 같이 사는데 가족 얼굴을 볼 수 없는 게 제일 힘들다"며 "가족 얼굴을 제대로 보고싶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이 씨는 "우리 사고보다 앞서 발생한 사고를 정확히 조사하고 진상규명을 했다면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며 "왜 국가는 사고만 나면 쉬쉬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명한 노동자 여섯 명과 이에 앞서 1년 전에 실명한 중국인 동포는 모두 생산 공정에 파견할 수 없는 불법파견 노동자"라며 "사고 당시 노동부 내에서 조사만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6명 노동자가 파견공정에서 실명하고 몸을 가눌 수 없는 처지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앞으로 이것이 제대로 밝혀져야 노동행정이 노동자를 위한 노동행정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노동부에 정확히 책임을 묻고 책임지게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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