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나라당내 친이계 주류가 주도한 개헌 의총이 '그들만의 잔치'에 그쳤다. 총 171명 의원 중 125명이 참석했고, 의총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불과 50여 명만 자리를 지켰다. 73명이라는 친이계 최대 계파 모임 '함께내일로' 멤버 수에도 못미치는 초라한 숫자다.
이날 '개헌 전도사' 이재오 특임장관은 불참했고, 개헌 반대파의 선봉에 서 있는 박근혜 전 대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25명이 토론에 나섰지만 친박계 의원은 단 한 사람도 발언대에 서지 않았다.
친김문수계인 차명진 의원과 소장파인 김성태 의원만 개헌 논의에 반대했고, 나머지 23명의 발언자는 개헌 찬성에 대한 논리를 구구절절히 늘어놓았다. "이걸 과연 토론으로 볼 수 있느냐(친박계 의원)"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최악의 의총'이었다. 한 의원은 "자꾸 졸리기만 하고, 무슨 얘기인지 집중도 잘 안되더라"고 말했다.
"구제역 겪으면서 개헌 필요성 절감" 주장도
친이계 의원들의 논리도 독특했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이어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인가(친박계 핵심 이성헌 의원)"이라는 주장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범친이계로 꼽히는 박준선 의원은 "단임의 현 대통령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권력 집중이) 부담이 많이 가기 때문에 아무리 유능한 사람 대통령이 되도 부담이 크다"며 "재선이 없어 정치적 책임 물을 수 없고 조기 레임덕, 국정 혼란이 야기된다. 실질적으로 2~3년 밖에 안되는 임기인데, 민심에 뒷전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친이 직계인 김영우 의원은 "구제역 사태를 겪으면서 개헌 필요성을 더욱 느꼈다. 구제역 대책에서 시스템의 실패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특히 북한 연평도 도발 날인 11월 23일과 같은 날 안동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왔는데, 정책 우선순위에서 (구제역 문제가) 밀린 것 아닌가. 그럼에도 (정부 부처는)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 됐다. 대통령이 신경써야 할 업무가 많다. 누가 그자리에 있더라도 효율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저조한 출석률로 조기에 문 닫는다?
상황이 이러니 친김문수계로 개헌 논의 반대 입장을 펴온 차명진 의원은 아예 "권력 구조에 손을 대려면 국정 최고 책임자, 즉 대통령이 직접 제안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해보니 안된다. 그래서 고쳐야 한다'는 결단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찬성 주장이 난무하고 반대파가 철저히 '무시'로 일관하자 지도부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안상수 대표는 의총 중간에 잠시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찬성파가 많이 나왔는데, 내일부터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애써 '초라한' 상황을 외면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을 통해 "치열함으로 개헌에 대해 논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50명만 끝까지 토론에 남았는데, 더 치열한 분위기 속에서 국가 백년대계를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하는 등 불만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내일도 참석이 저조할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3일 동안 예정된 '릴레이 의총'이 조기에 문닫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