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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은 과학벨트, 영남은 新공항…전국이 사분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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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은 과학벨트, 영남은 新공항…전국이 사분오열

'세종시 후폭풍' 넘어설 듯…청와대도 '전전긍긍'

대규모 국책사업의 입지선정 문제를 놓고 전국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유치 공약을 이명박 대통령이 사실상 백지화시키면서 충청권의 반발은 물론 경기도, 호남, 포항 등 각 지역의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남권은 신(新)공항 입지선정 문제를 놓고 부산권과 비(非)부산권 사이에 실력대결 양상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설 명절이 지나자마자 각 지역의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충돌하면서 그야말로 전국이 사분오열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 파급력과 후폭풍을 두고는 "지난 해 세종시 논란을 능가할 것 같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세종시 이어 또 다시…얼어붙은 충청권

과학비즈니스벨트 논란으로 충청권 민심은 다시 한 번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인사들 사이에선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어떻게 충청권 선거운동을 할 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급기야 7일 오전에는 한나라당 지도부 회의애서 언쟁까지 벌어졌다. 충청권 유치공약의 이행을 주장하는 친박계 박성효 최고위원은 발언을 만류하는 안상수 대표를 뿌리치고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라고 일침을 놨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과 관련해 "공약집에도 없다"고 말을 바꾼 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

같은 날 윤석한 한나라당 대전시당위원장 역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이 사업이 무산될 경우 당직 사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민주당 양승조 충남도당위원장과 역시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도 "이 대통령은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공약을 '표 얻으려고 한 이야기'라고 거짓말했다"며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약속을 끝내 폐기할 경우 이 대통령 불복종 운동과 정권퇴진 운동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양 위원장은 "과학벨트 공약 파기는 충청인을 두번 죽이는 행위로, 제2의 세종시 사태를 촉발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민심을 거스르지 말고 국민과 직접 약속한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공약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영남에선 부산 vs 非부산…"신공항을 달라"
▲ 신공항 유치 문제로 영남권도 갈등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26일 신공항 밀양 유치를 주장하면서 삭발식을 갖고 있는 지역 대표들. ⓒ뉴시스

영남권에서는 신공항 건설 사업을 두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부산 가덕도 유치를 주장하는 부산 지역 의원들과 경남 밀양을 밀고 있는 의원들 사이에 실력 대결 양상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밀양시 창녕군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7일 오후 국회에서 경남, 울산, 대구, 경북 등 4개 시도가 동참하고 있는 '동남권 신국제공항 밀양유치 특별위원회' 인사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밀양 유치를 주장했다.

이들은 "만에 하나 정부가 3월 입지선정 약속을 뒤집거나 이미 폐기된 김해공항 확장론 등 미봉책을 다시 들고 나온다면 영남권 주민과 지역균형발전을 염원하는 국민의 열망을 짓밟는 처사가 될 것"이라며 "동남권 신공항 계획 자체에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영남권 1300만 주민들은 신공항 최적지로 밀양을 지지해 왔고, 호남권에서도 밀양 신공항 건립을 공개 지지해 왔다"며 동남광역경제권의 한 구성원인 부산도 대의를 거부하지 말고 결의에 동참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해진 의원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2009년 이후 세 차례나 입지선정이 연기되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가 거듭 실기(失期)하면서 지역 간의 과열 경쟁으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입지 선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오철환 특위 위원장과 정순천, 이재화 대구시의원 등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삭발식까지 가졌다. 이들은 신공한 입지 선정이 예정된 오는 3월까지 '릴레이 삭발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신공항의 가덕도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부산도 적극적이다. 지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부산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훈 의원은 "신공항은 세종시보다 더 폭발적인 사안"이라며 "가덕도가 선정되지 않으면 부산에선 다음 총선과 대선을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국이 부글부글…청와대도 "고민되네"

연휴가 길었던 탓에 출신 지역을 다녀온 청와대 관계자들도 영남권 신공항과 과학비지니스벨트 등 지역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국책사업으로 인해 적잖은 '마음 고생'을 하는 눈치다.

경북 출신의 한 관계자는 지역 민심을 화제로 올리면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조심스럽게 "밀양이 그래도 더 나은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 출신의 관계자는 "길에 나 붙은 현수막 행렬이 대단하더라"고 말했을 뿐 입을 닫았다. 실제로 부산 지역에선 온통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주장하는 현수막들이 나부꼈다.

'중립 지역' 출신 관계자는 "우리 지역 민심도 싸늘하더라"면서 "과학벨트도 그렇고, 공항도 그렇고 매트릭스처럼 지역 간 이해관계가 꽉 얽혀있어서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이걸 자꾸 미루면 더 어려워지지 않겠나, 빨리 빨리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고용유발효과 20만 명, 생산 유발효과가 17조 원이라는 신공항 유치를 두고 영남권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건 우리가 무조건 불리한 게임"이라면서 "선정되는 지역이라고 해서 '대통령한테 고맙다'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도 아닌 반면 탈락 지역의 원성은 아주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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