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낚시인구 700만 시대, 손맛보다 '생명'이 먼저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낚시인구 700만 시대, 손맛보다 '생명'이 먼저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인천 낚싯배 사고, 종합 백서 펴내야

지난 3일 일요일 새벽 많은 생명이 스러져갔다. 낚시를 즐기려던 사람을 태운 낚싯배가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자신보다 30배나 더 덩치가 큰 급유선에 들이받혀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22명 가운데 7명이 구조되고 13명이 숨졌으며 2명은 실종 상태다.

지난 2015년 9월 제주 추자도 해역에서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낚시어선 돌고래호 전복 사건 이후 최악의 낚싯배 사고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단일사건으로 가장 사망자 수가 많은 사고이다. 이번 사고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각인 오전 6시5분께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것이어서 구조가 쉽지 않아 희생자가 많았다.

사고 이후 해경이나 정부와 청와대의 대응 등은 비교적 신속하게 이루어졌던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피해는 매우 컸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보내고 있다.

이번 사고는 낚싯배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낚시 인구는 최근 700만 명을 훌쩍 넘어서 그동안 대표적 국민 여가활동으로 꼽혀왔던 등산 인구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통적 낚시꾼들은 저수지나 강변, 방파제나 바닷가 바위 등에서 낚시를 즐겨왔다. 하지만 소득이 증가하면서 이런 전통적 낚시보다는 훨씬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손맛을 더 느낄 수 있고 더 크고 다양한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바다 선상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바다낚시 예능 방송, 많은 사람들을 선상으로 이끌어

방송들도 앞 다퉈 바다 선상 낚시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내보내고 있다. 최근 인기연예인들이 출연해 바다낚시를 즐기는 것을 방송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배 위에서 즐기는 선상 낚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특히 배를 타고 바다 멀리까지 나가는 낚시꾼이 많기에 이번 사고는 낚시꾼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도 남의 일처럼 여기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최근의 이런 여가활동 변화 흐름에 맞춰 사고가 난 선창1호는 수도권 낚시꾼들에게 큰 인기를 끈 전문 낚싯배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배는 2~3주 전 예약하지 않으면 탑승이 어려울 정도로 예약자가 일찌감치 가득 찼다고 한다. 오는 토요일 9일에도 이 배는 낚시꾼들이 모두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는 선장과 가이드를 포함해 총 승선인원 22명의 9.66t급 규모로 먼바다에까지 나갈 수 있다. 최고 속도는 25노트 720마력으로 레이더와 어군탐지기 등 전자장비가 구비돼 있다. 또 내부에는 수세식 화장실, 구명부환과 구명조끼, 개인수조, 수면실 등의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급유선은 왜 낚싯배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사고 직후 사고를 낸 급유선이 낚싯배에 타고 있다 바다에 빠진 4명의 승객을 구조하기는 했지만 해경은 급유선 쪽에 과실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선장과 갑판장을 긴급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는 급유선이 왜 낚싯배 선창1호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본다. 사고 직전 선장은 무엇을 했는지, 갑판원은 무엇을 했는지, 다른 선박을 살피는 장치는 제대로 가동하고 관측했는지를 심문할 것으로 본다.

사고 시각이 아직 어두울 때인데다 사고가 난 해역이 당시 흐린 날씨에다 강풍이 불어 날씨가 사고에 간접적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날씨가 배의 운항을 금지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해경 쪽은 밝히고 있으나 사고 뒤 헬기가 나쁜 날씨 탓에 출동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미뤄 과연 낚싯배가 운항을 하는 것이 바람직했는가는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벼르고 별러 오래간만에 바다에서 손맛을 느끼려는 낚시꾼들은 웬만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출조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선장 입장에서도 손님한테서 상당한 배 삯을 받았기 때문에 기상이 좀 나빠도 출항하려 들 것이다. 이 때문에 날씨가 나쁜 날 바다 낚싯배는 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700만 낚시인구 시대에 걸맞은 안전제도와 안전의식 필요해

돌고래호 사건에 이은 선창1호 사고는 700만 낚시인구 시대에 걸맞은 안전제도와 수칙, 안전문화와 안전의식을 살피고 되돌아볼 것을 교훈으로 남겨주었다. 우리 사회는 이미 크고 작은 많은 해난사고, 그 가운데서도 낚싯배 사고를 겪어왔다.

이런 사건·사고에 대한 종합 백서를 하루빨리 펴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더는 유사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와 의식 모두 바꾸어놓아야 한다. 인천 낚싯배 사고의 원인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사고가 있었다고 해서 이미 대중화된 낚시 여가활동 자체를 경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낚시꾼들과 그 가족들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낚시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즉 자신의 생명을 내던지면서까지 즐길만한 가치 있는 취미활동인가를 다시금 성찰하자.

낚시는 언제 어디서든 즐기자. 하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칠흑 같은 한밤중에 배를 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