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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불가피한 권력누수를 억지로 막으려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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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 불가피한 권력누수를 억지로 막으려 말라"

[인터뷰] 이만섭 전 국회의장 "무리한 개헌 추진은 정국혼란 초래"

제 6대 국회의원부터 시작해 8선 의원. 제 14대, 16대 국회 국회의장. 평생을 의회주의자로 산 이만섭 전 의장이 최근 쓴소리를 많이 하고 있다. 그는 권력의 중심에 섰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누구보다 권력의 속성을 잘 아는 정치인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 4년차, '레임덕' 얘기에 '더 해야 할 일을 하고 떠나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는 이 대통령에게 이 전 의장은 "권력 누수를 그대로 인정하라"는 말을 던지고 있다.

이만섭 전 의장은 제헌 이래 대한민국 권력의 '붕괴'를 누구보다 많이 봐 온 인물이다. 4.19 혁명 직전 김주열 열사의 죽음을 특종 보도 한 인사가 바로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이만섭이었다. 김 열사의 죽음은 이승만 정권의 붕괴를 알리는 서곡이었다. 서울 시내에서 '이승만 동상'이 시위대에 의해 질질 끌려다니던 것을 '이만섭 기자'는 목격했다.

이후 이 전 의장은 63년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공화당 전국구 의원으로 6대 국회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69년 공화당 내에서 유일하게 박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을 반대했고, 당시 권력의 핵심이었던 이후락, 김형욱 퇴진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눈 밖에 났고, 이후락, 김형욱의 공작에 의해 사실상 정치 활동을 봉쇄당했다.

8년간의 공백 이후 78년, 10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공화당 의원으로서 국회에 입성했지만 당시 <뉴욕타임스>인터뷰와 관련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제명 방침에 반대했고, 박정희 정권의 뿌리 깊은 실정을 지적하다가 본인 스스로 제명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결국 이 전 의장은 박 전 대통령의 죽음을 목격했다.


▲ 이만섭 전 국회의장 ⓒ프레시안(최형락)

이 전 의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4대 국회에서 민자당 소속으로 전국구 의원이 됐고, 국회의장을 지냈다. 김영삼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 정당법, 안기부법, 통신비밀보호법 직권상정을 요구하자 이에 반발했고, 결국 14대 국회의장직은 단명에 그쳤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6대 국회에서 새천년민주당으로 옮겨 배지를 달고 두 번째로 국회의장을 지냈다. 당시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교섭단체 의석 기준 완화 법안 직권상정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했다.

1932년 생인 이 전 의장은 팔순의 나이가 무색하게 카랑카랑했고, 또렷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 신년 TV좌담회가 있던 지난 1일 을지로 한 커피숍에서 이 전 의장을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MB, 얘기는 잘 하던데 진정성이 없다…내용도 모르고 말하고"

프레시안 : 오늘(2월 1일)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 좌담회를 보신 후에 어떤 느낌이 들었나?

이만섭 : 대통령이 많은 경험을 하고 이래서 여러 분야에 걸쳐서 굉장히 박식하고, 또 아는 것도 많고, 이야기도 잘 하더라. 그러나 아쉬운 것은 진정성이 부족하지 않았느냐. 국민들에게 감동은 못 줬다.

프레시안 : 뭐가 부족했나?

이만섭 : 정부가 굉장히 하려고 애를 쓰고 (대통령이) 부지런하게 활동을 하시고 하는데, 그만큼 효과가 안 나고 있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소통의 정치를 안 해서 그렇다. 대화의 정치를 안 해서 그렇다. 좌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나는 정치를 한다기보다는,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서 국민들이 뽑아줬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말했던데, (이 대통령은 좌담회에서 "대통령 될 때도 국민에게 경제대통령으로서 우리 서민 살림살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해서 당선된 사람이어서 과거의 오랜 정치적 관습과 다른 시도를 해왔다. 그래서 국민도 선택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편집자 주) 정치가 잘 돼야 경제가 살아나지...경제 살리는 것도 넓은 의미의 정치인데, 그런 식으로 (생각) 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의 계속된 경제 성장과 선진화를 위해서는 국민의 통합된 힘이 필요하다. 그 힘 없이는 절대 경제 살리기도, 선진화도 안 된다. 국민의 통합된 힘은 바로 소통의 정치, 화합의 정치를 통해서 나온다. 그런데 대통령은 과거에도 기업을 죽 해 놓으니까 자꾸 기업적인 생각만 하는데 소통의 정치가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프레시안 : 지금 당청 관계가 예전보다 후퇴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를 '정치권 탓', '국회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예산 정국에서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오더'를 받아 거수기 노릇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좌담회에서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 "대통령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인 12월 9일 안에 통과시켜 달라'고 얘기를 했을 때 (박희태) 국회의장이 '그것은 국회에 맡기라'고 말을 안 들었어야죠." ⓒ프레시안(최형락)
이만섭 :
지금 정치가 많이 후퇴했다. 나는 이 나라 국회가 여당의 국회도 아니고 야당의 국회도 아니고 국민의 국회라고 생각한다. 국회가 여당의 국회냐, 야당의 국회냐, 청와대의 국회는 물론 아니야. 지난번에도 대통령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인 12월 9일 안에 통과시켜 달라'고 얘기를 했을 때 (박희태) 국회의장이 '그것은 국회에 맡기라'고 말을 안 들었어야죠. (예산안 처리) 법정 기일인 12월 2일 지나면, 12월 9일에 (처리를) 하나, 19일에 (처리를) 하나 24일에 (처리를) 하나, 별 지장이 없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좌담회를 보면 과거에도 예산을 12월 31일 밤에 가서 일방적으로 통과했다고 하더라. (이 대통령은 좌담회에서 "예산이 법정 시한 내 통과된 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당시 몇 번이다. 민주주의적 방식으로는 통과가 안 되고 군사독재 하에서만 몇 번 있었다. 이게 바람직하지 않다...법정시한 내 예산을 통과시키는 게 정답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그 시한을 넘기고 매년 12월31일 밤 11시 몇 분에 (예산을 처리)한다."라고 말했다 - 편집자 주) 되게 늦어도 12월 20일, 아무리 늦어도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정도에는 통과를 시켰다. 31일에 통과시키는 것은 자유당 때 일이지. 오늘 또 내용도 모르고 말했지. 이걸 표결 안하고 치고 받고 싸우니까 문제지. 다소 시간이 늦더라도 관계없다 이 말이다.

프레시안 : 최근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대선 공약으로 대전으로 내려가기로 했는데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자기 고향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는 논란이 있다. 이 대통령이 좌담회에서 '공약에 없었다'고 사실이 아닌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이만섭 : 과학비즈니스벨트는 대통령이 약속을 했다면 약속을 지키는 게 순리죠. 지난 번에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 안됐다고 해서 과거에 (충청 유치를) 공약한 것을 다시 바꾼다거나 하면 옹졸한 정치가 된다. 과거 약속한 것은 지켰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과학벨트는 약속대로 가야 한다?

이만섭 : 약속했으면 약속한대로 해야지, 세종시 통과 안됐으니까 감정이 생겨서 바꾸려고 한다는, 협량으로 보인다. 공약 했으면 공약대로 해야지. 복잡하게 할 생각하지 말고 순리대로 하는 게 옳다.

프레시안 : 과학벨트가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 지역구인 포항으로 내려간다는 우려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데, 관련해 '만사형통'으로 대변되는 것들, 즉 권력이 공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의 측근이 실세가 돼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 논란은 어떻게 보나. 특정한 인맥의 사람들이 국정을 농단한다는 비판들이 있다.

이만섭 :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에 휘둘리는 사람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또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기류 변해…우리도 대화 해야"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에 대한 우려 중 하나가, 남북관계 문제다. 정권 3년이 지나면서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났고, 결국 '전임 정부에 비해 남북관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어떻게 보나?

이만섭 : 지난번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 상당히 한반도의 기류가 화해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도 강경 일변도로만 나가지 말고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좀더 폭 넓게, 유화 정책을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미국과 공조는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면서 중국과도 협력 단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나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근본이 우리와 똑같다고 본다.

프레시안 : 어떤 면에서 그런가?

▲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 우리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 이런 인식에서 중국과 우리의 근본적인 방향은 같다는 것이다."ⓒ프레시안(최형락)
이만섭 :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 우리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것은 바로 북한이다. 이런 점들에 대한 인식에서 중국과 우리의 근본적인 방향은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자꾸 북한 편만 든다'고 몰아붙이지 말고, 중국과 협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남북 공조, 한민족의 발전을 원하는 것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미국만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중국에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또 한반도의 통일도 한국 중심으로 통일되는 것이 결코 중국에 해롭지 않다는 것을 저 쪽(중국)에 자꾸 알려줘야 한다. 그러면 고도의 외교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지금 정부에, 대통령의 주변에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프레시안 : 연평도 포격 이후에 중국에 밀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북한이 대화 공세를 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진정성이 없다'면서 물리치고 있는 형국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맞나.

이만섭 : 물론 우리 정부가 볼 때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 잘못됐습니다'. '연평도 잘못됐습니다' 이렇게 나오면 좋지만 그 쪽도 자기 나름대로 자존심도 있고 고집도 있는데 잘못됐다고 그러겠나. 다만 '유감스럽다. 그런 일이 없도록 상호 노력을 하자' 이렇게 폭넓게 생각을 하고 (남북이) 대화를 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북한이 진정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좀 폭넓게 진정성을 갖고 외교력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 전 의장은 박정희 정부 때 정치를 시작했다. 박정희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비교하면 어떻나?

이만섭 :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나중에 장기집권을 했고, 그것을 위해 강경정책을 쓰고 인권 탄압을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완전히 잘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고, 우리가 외국의 원조 없이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게 한 것, 원조 주는 나라가 되고 국제 지위를 향상시킨 이 공적에 대해서는 민주화세력도 인정을 해야 한다. 나중에 유신을 한 것 등은 잘못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판단이 굉장히 빨랐다. 개인적인 사심이 없었다. 용인술도 뛰어났다. 자기를 반대했던 사람들을 기용했다. 63년 대통령 선거 때 자기를 제일 반대했던 동아일보 최두선 사장을 총리로 썼다. 요새는 (정치인들의) 용인술이, 자기 측근만 쓰고 있지 않나. 박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측근의 부정부패는 절대 용인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2년 정도 남았다.

이만섭 : 무슨 2년이 남았나, 이제 1년 10개월 남았지.

프레시안 : 정확하게 따지면 그렇다. 정치 선배로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차기를 노리는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당부의 말씀을 한다면?

이만섭 :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불가피하게 오는 권력 누수 현상을 무리하게 막으려고 하지 말고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임기 동안에 너무 많은 업적을 남기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민생 문제,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일만 조용하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후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흔히들 대통령은 하늘에서 내린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니까 양심적으로 국민을 위해서 일하다가 그런 기회가 오면 한다 하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 무리하게 (대통령을) 하려고 하면 되지도 않을 뿐더러 되고 난 뒤에도 훌륭한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


"박근혜, 선두기는 한데…50% 부동표 끌어오는 후보가 승리"

프레시안 : 벌써부터 사람들이 '차기 권력'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야권에서는 최근 복지 얘기를 많이 한다. 차기 대권과 관련된 화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IMF 구제금융 이후 국민의 삶이 많이 힘들어졌는데, 앞으로 국민들이 최소한 기초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복지국가'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여권의 박근혜 전 대표도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였다'고 말했다. '복지 화두'를 어떻게 보나?

이만섭 : 복지를 표와 결부시키거나 인기 전술에 이용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그리고 복지 앞에 붙는 수식어가 너무 많아서 국민들도 헷갈리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무상복지, 맞춤형 복지, 단계적 복지, 선별적 복지, 보편적 복지. 그러니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복지가 아니잖나. 크게 나누면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가 있는데 이 둘을 다르다고 할 게 아니다. 두 개 다 조화롭게 조정하면서 국가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순리대로 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민들이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복지의 근본이다. 그런데 열심히 일해도 돌아오는 게 없고 이러니까 자꾸 불만이 생기는 것 아닌가. 저는 복지를 자꾸 표로 연결시키지 말고 순수하게 추진했으면 좋겠다. 다만 정치인들이 복지 문제로 싸우는 게, 다른 것 갖고 싸우는 것보다 낫다.(웃음)

프레시안 : 선거 때마다 지배하는 중심적인 어떤 흐름, 혹은 '민심'이 있는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는 '권위주의 없는 세상에서 살자'는 것이었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물질적으로 잘 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오는 2012년 대선에서는 뭐가 가장 중요할까?

▲ "이명박 대통령이 손학규 대표가 대표 취임한지 7개월 정도 됐는데, 한번도 만난 일이 없다. 이것도 소통의 문제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만섭 :
다음 대선 후보자들이 복지를 얘기하는 것은 좋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을 너무 전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합 정치다. 이 나라 사회가 지금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 이념의 갈등, 지역 갈등, 세대간 갈등, 계층간 갈등, 과거 어느 때 보다 지금 국민들이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 나 아니면 전부 적이고 원수야. 토마스 홉스가 얘기한 것처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화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인정을 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국회도 그렇다. 여당이 야당의 문제제기도 받을 줄 알아야지. 이번에 복지 문제도 야당이(손학규 대표가)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부자세를 걷지 않아도, 예산 낭비를 막고 절약해 복지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여당이 검토를 해 볼 수 있는 일 아니냐. 받아줄 것은 받아줘야지. 야당이 안을 내면 무조건 선동이다? 나는 납득이 잘 안 간다. 항상 상대를 인정을 해 줘야 한다. 이것은 여당이 앞장서서 해 줘야한다. 야당은 약자니까. 그런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손학규 대표가 대표 취임한 지 7개월 정도 됐는데, 한번도 만난 일이 없다. 이것도 소통의 문제다.

프레시안 : 차기 대선 화두는 '화합의 정치'가 돼야 한다는 것인가?

이만섭 : 그렇다. 그리고 진실로 서민을 위한 정책을 해야 한다. 입에 발린 말로만 아니고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프레시안 : 많은 분들이 벌써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지금 부동의 1위가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다. 정치인으로서 박 전 대표는 어떤가?

이만섭 : 선두주자라고 하는데 여론조사 결과 선두주자다. 그러나 나는 여론조사 저걸 사실 믿을 수가 없다. 작년 6.2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 했는데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앞섰다가 선거 결과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나온 사람이 떨어지기도 했다. 특히 지금 국민들 가운데 '다음 대통령 선거에 누구를 찍을 것인가' 이 결심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50% 이상이다. 지금. 문제는 이 50%가 넘는 부동표를 누가 흡수하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프레시안 : 그 50%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이만섭 : 그걸 어떻게 땡길 수 있느냐. 첫째는 당의 결속이다. 한나라당이 전당대회를 해서 후보를 뽑았으면 파벌 관계 없이 그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 그래야 재집권이 가능하다. 야당도 국민참여당과 갈라져 있는데 결속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각각 후보를 내는 게 아니라 단일 후보를 내고 똘똘 뭉쳐야 한다. 그러면 정권을 찾아오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여든 야든 결속이 되느냐. 그게 문제다. 그리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진실성이 있는 사람, 유권자들에게 믿음을 주고, 또 양심과 진실성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 대통령 후보로 나서야 (부동표를) 흡수할 수 있다. 또 그런 (후보를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표가 워낙 차이가 많이 나는 1등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아직 여성 대통령을 선택할 때가 아니다라는 반론도 나온다. 또 예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가 연상이 된다. 정책에 대한 콘텐츠가 부족하다, 이런 '약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이만섭 : 약점만 보려고 하면 한이 없고, 장점만 보려고 하면 한이 없다. 그런데 박근혜가 독재자의 딸이다라고 한다는데, 박근혜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아버지 독재 하십쇼, 유신 하십쇼' 하지는 않았다. 그걸 박 전 대표에게 책임 지우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 그리고 여자 대통령이 안된다고 하는데, 영국의 대처 수상을 보라. 얼마나 리더십이 있고, 카리스마가 있었나. 여자라고 해서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사람의 능력과 인격이다. 또 정책 내용이 부실하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박 전 대표가 앞으로 경험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폭넓게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가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인 흠은 아니라는 것인가?

이만섭 : 그게 '결정적인 요구'는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잘 하지 않나. 남녀 가지고 구별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전 대표는 앞으로 경험 있는 선배들의 얘기를 많이 들을 줄 알아야 하고,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믿음과 감동을 줘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 표(부동층 50%)를 땡길 수 있다.

▲ 박근혜 전 대표는 앞으로 경험 있는 선배들의 얘기를 많이 들을 줄 알아야 하고,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믿음과 감동을 줘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화합을 얘기했는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관계로 가야 좋을까. 이를테면 어떤 사람은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이 대통령을 성공으로 이끌고 잘 계승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도 한다.

이만섭 :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자주 박근혜 전 대표도 만나서 의논도 하고, 국정을 논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안 한 게 답답했다. 양쪽 다 책임이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이니까 앞으로 잘 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의 당수가 됐는데,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것으로 공격을 받는다. 그것은 어떻게 보나?

이만섭 : 그것도 소아병적인 생각이다. 과거에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정당 만들고 바꾸고 한 것 보면 대여섯 번씩 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 어떤 철학을 갖고 어떤 신념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그 외에도 여러 사람이 거론되고 있다. 오래 정치를 해 오셨으니까, 혹시 '이 사람은 정말 지도자가 될 만한 재목이다'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나.

이만섭 : 전부 사랑하는 내 후배들인데, 내가 볼 때는 대통령 후보 쯤 나오는 사람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문제는 얼마나 양심을 지키느냐, 그리고 국민, 특히 서민을 위한 마음을 얼마나 갖느냐, 어떻게 사람을 쓰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유권자들 역시 평소에 고정관념을 가지고 사람을 보지 말라고 하고 싶다. 예를 들면 손학규가 예전에 한나라당에 있었다. 이것을 가지고 이색적으로 본다거나 하는 것은 잘못이다. 유시민 전 장관도 무조건 강경하다 진보적이다 평하는데, 이번에 복지 문제가 나왔을 때 보니까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 굉장히 건전한 생각이다. 나는 그것을 보고 (유 전 장관을) 재평가를 했다. '굉장히 잘 한 말이다'라고 생각했다.

"개헌 말하기 전에 선거법부터 고쳐 국회를 제대로 세우라"

프레시안 : 이재오 장관이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개헌 토론회 축사를 통해 개헌 얘기를 꺼내자 이 전 의장이 강하게 비판을 했었다.

이만섭 : 내가 야단쳤지.

프레시안 : 지금 개헌이 화제다. 난데없다는 느낌이 들고 '왜 이 시점에 개헌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말기 1년 남기고 개헌 얘기를 꺼냈었는데, 지금도 임기 2년도 채 안 남긴 상황에서 개헌 개헌 문제가 나왔다. 이 전 의장이 보기에 어떻나?

이만섭 : 설사 개헌을 할 필요가 있더라도 지금은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 안다. 개헌은, 말하자면 4.19 직후의 내각 책임제, 또는 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처럼 국민의 열렬한 욕구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이 앞장서서 개헌 추진을 하더라도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가 돼야 실질적으로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야당은 물론 반대고, 같은 한나라당의 이른바 박근혜파도 개헌을 반대하고 있다. 통과 안 된다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왜 이렇게 자꾸만 청와대와 친이계에서, 그리고 한나라당 간부들이 추진을 하느냐. 안 되는 줄 알면서 추진을 하기 때문에 정국에 혼란이 오고 국정에 혼란이 혼란이 온다. 내가 볼 때 지금 대통령이나 여당이 할 일은 구제역 문제, 물가 대란 등 민생 문제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개헌 가지고 자꾸 시간 낭비를 한다. 그래서 내가 그러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하려면 18대 초에 여야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헌법 심의위원회를 만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임기 초에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 3년이 지났다. 앞으로라도 하려면 19대 초에 심의위원회를 만들어서 연구를 하라는 말이다.

프레시안 : 개헌 시점은 논외로 하고, 이 전 의장이 보기에, 현행 헌법 중에서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 이런 것은 고치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나. 이를테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같은 시기에 하자는 주장도 있었고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또 40% 정도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되니까 결선 투표제로 가자는 안도 일부에서는 제기된다.

▲ "내가 볼 때 지금 대통령이나 여당이 할 일은 구제역 문제, 물가 대란 등 민생 문제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개헌 가지고 자꾸 시간 낭비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만섭 :
그런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개헌을 한다면 권력 구조가 핵심이다. 대통령제 중심제를 그대로 할 것이냐. 아니면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혹은 내각책임제, 이런 권력 구조가 근본이다. 나머지 얘기는 지엽적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이원집정부제를 해서 (그 다음에) 내각 책임제로 넘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먼 장래로 보면 그렇다. 그러면 국회가 국정의 중심이 된다. 국회에서 총리를 뽑고, 모든 국회의원들이 장관이 되고 국무위원이 돼 나라를 운영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이 난장판 국회에다가 국민이 '국가의 운명을 맡기자' 이렇게 말하고 ale을 수 있겠느냐. 그래서 나는 개헌 이전에 국회의원 질을 높이고 국회의원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본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만든다든지 해서 선거법 먼저 고치는 게 좋겠다.

프레시안 : 어떻게 고쳐야 하나?

이만섭 :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함께) 나는 중대 선거구제를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는 상당수가 그것을 반대하더라. 그렇게 해봐도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한 석도 차지할 수 없다는 주장인데, 그런 지역 감정을 없애기 위해, 또 유능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독일처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한다든가, 선거법을 연구해서 고쳐야 한다. 그것을 통해 우선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를 먼저 만들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국회에 미래를 맡기자. 총리도 국회에서 뽑고 하자'고 할 것 아닌가. 앞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지금 당장에 전혀 안 되는 개헌 문제를 꺼내 소모적으로 하지 말자는 것이다.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고.

프레시안 : 국회 얘기가 나왔는데, 작년 말에도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서 예산안을 무리하게 통과를 시켰다. 청와대의 주문을 받았다는 비판이 있다. 일각에서는 의장 직권상정을 없애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국회의 모습을 어떻게 보나?

이만섭 : 내가 국회의장을 14대, 16대 국회에서, 총 두 번을 했지만 직권상정을 한 번도 한 일이 없다. 날치기를 한 번도 한 일이 없다. 법이 문제가 아니라 국회의장의 자세의 문제다. 내가 국회의장을 할 때는 청와대에서 강력한 요구가 오더라도 내가 전부 뿌리쳤다.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요구를 때에 따라 뿌리쳐야 한다. 내 소신껏 내가 국회의장 하면서 국회법을 고쳐서 국회의장은 당적을 떠나게 했다. 그리고 국회의장이 사회봉을 칠 때 반드시 의장석에서 하고 했다. 옛날에 뒷문으로 들어와서 국회의장이 핸드마이크로 말하고 책상 세 번 치고 도망가는 것을 없애자고 해서 국회법을 고쳤다. 그랬더니 의장석, 상임위원장 석을 점령하기 위해서 이종 격투기를 하고 싸움을 하더라. 그러니까 문제는 마음의 자세고 국회의장의 리더십이다. 14대 국회의장, 김영삼 전 대통령 대는 예산법, 정당법, 안기부법, 통신비밀보호법 묶어서 예산 법정 기일(12월 2일) 안에 통과시켜달라고 강력히 요청했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자민당을 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해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추는 법을 해달라고 했다. 나는 끝까지 반대를 했다.

프레시안 : 그 때도 직권상정을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나??

이만섭 : 있었지. 그래서 내가 다 뿌리치니까, 당시 대통령들이 '하, 이만섭 의장은 다 좋은데, 너무 고집이 세서, 너무 소신이 강해서...'하는 이야기를 가끔했다. 나와 (전임 대통령들이) 인간적으로 소원해진 이유도 거기에 있다.

프레시안 : 이 전 의장은 8선 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의회주의자'다. 현직 국회의원 후배들에게 해줄 말씀도 있을 것 같다.

이만섭 : 우리나라 헌법 46조를 보면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국익을 우선하여 의정활동을 하라고 돼 있다. 나는 우리 국회의원들이 내가 속해 있는 당보다 나라, 국민을 생각하는 의정 활동을 해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둘째, 정직해야 한다. 특히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정치인들이 제발 돈을 밝히지 말라는 것이다. 돈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왜 17대, 18대 국회에 비리 정치인이 이렇게 많은지 가슴을 치고 통탄을 한다. 돈을 좋아하면 처음부터 장사를 하지 왜 정치인이 됐나. 정치인은 모름지기 돈보다는 명예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 이만섭 전 의장과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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