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나서면 안 된다"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는 개헌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27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총리의 지난 25일 주례회동 내용이 실렸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개헌이 생산적인 논의가 돼야 하고 정치권이 그 내용과 틀을 충실하게 되도록 나서서 지혜를 모아달라"면서 "개헌은 21세기 시대 변화에 맞게 양성 평등, 기후 변화, 남북 관계, 사법부 개혁 등 종합적으로 광범위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헌이 필요하지만 정치권의 몫"이라고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지만 행정부를 총괄하는 총리에게까지 '지침'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을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김 총리에게 '개헌은 정략적 차원이 아닌 국운 융성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일간지 사설 까지 보여주면서 "개헌 논의를 기왕에 하려면 많은 주제를 놓고 해야지 권력구조만 앞세워 개헌 논의를 시작하면 될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는 것.
이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원포인트 개헌 불가'를 강조했다고 전해졌다. 또한 대법관 출신 김 총리에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정치적 충돌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총리에게 "대선 때 내가 직접 개헌을 주도한다는 공약을 했지만 이 공약은 접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의 신호탄이 떨어지자마자 이재오 특임장관 측근들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 의원들이 결집하는 모양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개헌 특위'구성을 공언하고 나섰다.
앞으로 구체적 논의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직접 개입을 피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사법부 문제, 기후변화, 남북관계, 인권, 남녀평등 등을 주요 개헌 의제로 짚은 바 있다.
개헌 현실화에 대한 정치권의 전망은 극히 어둡다. 또 이 대통령은 "이런 의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을 뿐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 지에 대해선 밝힌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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