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그렇게 전했다. 지난 23일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개헌 논의를 시작하게 되면 단순히 권력구조 같은 문제만 논의해서는 안 된다"며 "기본권 조항이나 여성, 기후변화 등 헌법 조문 전체에 걸쳐 바뀐 세상에 맞는 구조와 내용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단다.
궁금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말 성사될 수 있다고 보는 걸까? '원포인트' 개헌, 즉 권력구조만 손대는 개헌조차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마당에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포괄적' 개헌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설사 성사가 되지 않더라도 진지하게 논의해서 그 성과를 남기는 것이 여당으로서의 책임있는 자세"라는 뜻으로 말했단다.
그럼 뭘 얻을 수 있을까? "설사 성사가 되지 않더라도 진지하게 논의"하면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걸까?
세 가지가 있다. 구도와 전선과 판이다.
'포괄적' 개헌 논의에 불을 당기면 나라가 들끓는다. 입장과 이념으로 갈려 갑론을박, 아니 죽기살기로 싸운다. 보수 대 진보 구도가 뚜렷이 형성되고 정치적 갈등은 극심해진다.
나쁠 게 없다. 친이계 입장에선 굳이 마다할 구도가 아니다. 갈수록 원심력이 커질 계파 사정을 상쇄할 수 있는 계기다. 친이 주도로 '보수의 궐기'를 유발하면 그 결기는 온전히 친이계의 정치적 자산이 된다.
전선의 성격도 바뀐다. '포괄적' 개헌에 불을 지피면 모든 걸 빨아들인다. 여야 간 자잘한 정치쟁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정치권 화두를 평정해버린다. 물론 현재 정치권을 휘감는 '복지' 담론도 그 대상이 된다.
나쁠 게 없다. 친이계 입장에선 굳이 마다할 전선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공과에 대한 평가를 뒤로 물리면서 보수의 방어막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다. 이명박 정권이 상수가 되는 여야 대치전선을 다른 차원으로 돌릴 수 있다.
그 뿐인가. '포괄적' 개헌 논의에 시동을 걸면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낼 수 있다. 국가 대강을 다시 짜는 대사에 대해서마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뒷짐 질 것이냐는 여론을 조성해 그를 정치갈등의 한복판으로 끌어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하지 않는가. "단순히 권력구조 논란에 붙잡혀 자신들의 유불리만 따져 가며 논의를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다)"고 했다지 않는가.
나쁠 게 없다. 친이계 입장에선 굳이 꺼릴 판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정치갈등의 한복판에 끌어들이면 보통 정치인과 비슷한 '얼룩'을 묻힐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의 '보수 정체성'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설령 그의 '보수 정체성'을 문제 삼지 않더라도 친이계가 논의 주도권을 쥐기만 하면 그를 하위 고리로 '격하'할 수 있다.
오독일까? '이왕 (개헌 논의를) 할 바에는'이란 단서가 달린 원론적 발언을 '오버'해서 해석한 걸까?
'조선일보'가 전한 다른 내용에 따르면 그렇지가 않다. 지난주에 별도 협의를 했다고 한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 그리고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따로 만나 긴 시간 별도 협의를 했다고 한다. 원론적 발언 치고는 너무 공을 들인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7일 청와대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월례회동을 갖고 있다. ⓒ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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