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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졸업도 하기 전에 공장에서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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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졸업도 하기 전에 공장에서 죽어간다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대한민국의 '아동노동'은 근절되었나?

지난 9일 제주도의 한 공장에서 특성화고 남학생이 작업 중 기계에 목 부위가 끼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열흘 만에 숨졌다. 올해 1월에는 LG 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여학생이 '자살'을 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인 이들의 노동은 '아동노동'에 해당한다.

ILO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아동노동(만 5세~17세)의 규모를 2억1800만 명으로 추산했다. 그중 ILO 기준으로 문제가 되는 아동노동 숫자를 1억5200만 명으로 잡고, 그 반인 7300만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한 학생이 11월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특성화고 실습생 고 이민호 군 추모문화제'에 참가해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업체에서 어떻게 일하나요? 안전하지 않은 업체는 실습 그만'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노동과 관련된 ILO 협약은 대표적인 게 두 개 있다. 고용과 노동을 허용하는 최저 연령을 규정한 138호와 최악의 형태의 아동노동 철폐를 규정한 182호가 그것이다. 이 두 협약은 ILO가 중시하는 핵심노동기준 협약 8개에 들어가며, 대한민국 정부가 이미 비준한 것들이다.

ILO 협약 138호에 따르면, 만 15세 미만의 아동은 고용하거나 일을 시킬 수 없다. 그리고 아동에게 심신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한 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182호에 따른 아동노동의 범주는 만 18세 미만이다. 대한민국에서 공장이나 사무실로 '실습'을 나가는 고등학생 대부분은 만 18세 미만으로 ILO 협약 182호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다.

ILO 기준에서 문제가 되는 아동노동 상태에 있는 1억5200만을 지역별로 나눠보면, 그 절반인 7210만 명이 아프리카에 있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 6210만 명, 아메리카 지역 1070만 명, 아랍 국가 120만 명, 유럽과 중앙아시아에 550만 명이 있다.

연령별로 보면, 부당한 상태에 처한 1억5200만 아동의 절반이 5세~11세이고, 4200만 명(28%)이 12세~14세, 3700만 명(24%)이 15~17세다. 아동이 해서는 안 된다고 금지하는 위험한 노동의 상당 부분은 15세~17세 연령대의 아동들에 의해 행해진다.

문제가 되는 아동노동을 성별로 나눠보면, 8800만 명이 소년이고, 6400만 명이 소녀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71%가 농축산업·임업·수산업에서, 17%가 서비스업에서, 12%가 제조업과 광업에서 일어난다.

물론 이상의 ILO 수치는 공식적으로 파악된 통계에 기초한 것으로 실제 아동노동의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촛불혁명'으로 거듭났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에서 부당한 아동노동은 근절되었을까. ILO 기준으로 부당하든 정당하든 아동노동의 전체 규모는 정확히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의 노사정은 아동노동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15세 미만의 아동노동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ILO 협약 182호의 적용 대상으로, 졸업하기도 전에 공장과 사무실로 출근하는 18세 미만의 아동 중에 심신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한 일을 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 노사정은 공장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아동의 신체와 정신에 위해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놓았을까. 정부가 제대로 하는 게 없다면, 노사 단체, 특히 노동조합은 사후에 나오는 규탄 성명서 말고 아동노동 철폐를 위해 의미 있는 무언가를 선제적으로 하고 있을까.

노사정 3자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학업을 제대로 마치기도 전에 노동자가 된 아이들이 공장과 사무실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뉴스가 그치지 않는다. 희생자가 더 생기기 전에 하루빨리 노사정 3자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아동노동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고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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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택시노련 기획교선 간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국제담당, 천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근로기준법을 일터에 실현하고 노동자가 기업 경영과 정치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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