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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개헌론은 박근혜 '끌어내(리)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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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개헌론은 박근혜 '끌어내(리)기용'

[김종배의 it] 박근혜가 노림수에 걸려들까?

세 살배기 어린아이도 안다. 야당은 고사하고 여당 의원들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개헌론은 빈 구호라는 걸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도 우긴다. 끝끝내 '못 먹어도 고'를 외친다. '개헌 전도사'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18일 친이계 의원 40여명의 '개헌 모임'을 주도하고, 그의 '절친' 안상수 대표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개헌 의총'을 고수한다.

왜일까? 왜 이들은 폭주하는 걸까? 단서는 박근혜다. 그의 '조용한 행보'가 단서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한다. 친이계와 '휴전'에 들어간 후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40%를 상회한다. 이대로 가다간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평화' 상태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지면 '주이야박' 현상을 막을 수 없다. 언제부턴가 본격화할 '월박' 현상을 제어할 수 없다 계파 화합을 위해서라는데 무슨 명분으로 '월박'을 차단하겠는가.

방법은 싸우는 것이다. 여권 내 구도를 친이 대 친박으로 다시 짜서 한 편을 치고 한 편을 단속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개헌 논의는 '박근혜 끌어내기'다. 박근혜 전 대표의 반발을 유도하고, 이 반발을 대립구도 재구축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방증이 있다. 이재오 특임 장관이 지난 19일 국립암센터에 가서 행한 강연이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이 '군사정권'을 거론했다. "군사정권이 3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돈과 총칼로 지배했다. 이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반대자와는 무조건 싸워야 하는 줄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군사정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박근혜 전 대표의 심기를 자극하는 얘기를 대놓고 한 것이다.

거듭 확인한다. 친이계 개헌 논의의 타깃은 박근혜다. '박근혜 끌어내기'를 통해 '박근혜 끌어내리기'를 꾀하는 것이다.
▲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난해 9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박근혜 전 대표를 찾아 '90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13일부터 14일까지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9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친이계의 '박근혜 끌어내리기'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한 45%의 응답자들이 꼽은 지지 이유 가운데 '최초의 여성대통령 후보'(18.3%)라는 점만 빼면 친이계가 하기 나름에 따라 평가를 바꿀 수도 있는 것들이다. '청렴하고 깨끗하다'(11.5%), '아버지에게서 대통령 교육을 받았다'(8.6%), '이미지가 좋다'(7.3%), '정치를 잘할 것 같다'(6.9%), '도덕적이고 정직하다'(6.2%) 등등의 지지 이유는 박근혜를 끌어내기만 하면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것들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개헌 논의에 끌어내 공방을 벌이면, 이 공방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를 사적 이익(대권욕)에 사로잡혀 정치과제를 외면하는 인물로 묘사하면, 나아가 싸움을 마다않는 이미지를 씌우면 도덕적이고, 정직하고, 청렴하고, 깨끗하고, 정치를 잘 할 것 같은 이미지에 얼룩을 남길 수 있다.

그럼 금상첨화다. 친이계의 생존도 도모할 수 있다. 박근혜의 지지율이 평균 45%이지만 유독 서울(36.5%)과 인천경기(39.4%)에서만 평균치를 밑돈다고 하니까 조금만 힘을 내면 수도권 내 박근혜 비토 여론을 더욱 높일 것이고 그에 비례해 친이계의 거점 착지력도 높일 수 있다. 친이계 의원들의 눈치보기도 그만큼 제압할 수 있고.

하지만 속절없다. 이 모든 전략은 박근혜 전 대표가 친이계의 노림수에 걸려드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친이계의 개헌 논의에 발끈해 정면대응하는 상황을 단서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차피 안 되는 개헌, 어차피 힘 안 풀어도 되는 게임에 박근혜 전 대표가 굳이 나설 까닭이 없다.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하는 판 아닌가.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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