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내놓은 '무상복지 시리즈'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재원 조달' 방법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들어 단행된 '부자 감세'를 취소하는 등 '조세형평성 강화'를 통해 추가적인 증세 없이도 보편적 복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동영 최고위원은 부유세 신설, 천정배 최고위원은 프랑스식 사회복지세 신설 등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민주당 내 일각의 '증세 주장'을 빌미로 한나라당은 "무상 복지는 필연적으로 '세금 폭탄'이 될 것이며, 이는 곧 부유층과 대기업의 해외 도피 등으로 세수 감소를 불러올 것이고, 세수 감소는 결과적으로 서민층에 대한 복지 축소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 '공짜'라는 당의정을 입힌 '세금폭탄'이라는 게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 주장의 핵심이다. 보수언론들은 연일 이런 주장의 근거를 제시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가 20일 정부여당의 대응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칼럼을 실어 주목된다. 박정훈 사회정책부장이 쓴 <태평로> 칼럼으로 제목은 "'국가가 내게 해준 게 뭐냐'는 질문"이다.
박 부장은 이 칼럼에서 지난 해 KBS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맨 박성광이 유행시킨 대사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냐!"가 "불붙은 '복지전쟁'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설적으로, 원인 제공을 한 것은 이명박 정부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경제성장만 하면 다 같이 잘살게 될 것처럼 말해왔다. 그러나 '성장이 곧 복지'라던 경제 중심 프레임은 금세 파탄났다. 꿈 같은 '747(7%성장, 소득 4만달러, 7대 경제대국)' 공약이 허풍이었음이 드러나자 국민의 실망감이 복지 갈증으로 폭발한 것"이라면서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에 비판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를 현 정부의 실정에서 찾았다.
그는 "이 대통령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주특기라던 일자리 창출에서도 인상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이 정부의 복지 철학은 '밀물론(論)'이다. 경제가 성장해 밀물이 들어오면 잘사는 사람도, 못사는 사람도 다 함께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성장해도 열매는 대기업·수출기업·상류층에 집중될 뿐 아래쪽으로 확산되지 않는다. 경제만큼은 책임질 줄 알았던 현 정부에서도 형편이 펴지지 않자 중소기업·영세상인·서민층은 '국가가 뭘 해줬느냐'를 따지기 시작했다"고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정권의 '올드 보이'들은 (무상 시리즈의 문제에 대해) "국민이 잘 모르기 때문", "실상을 알려주면 국민도 돌아선다"고 하지만 이런 계몽주의 발상으로 무상 시리즈의 파상 공세를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면서 "대중이 무상복지에 솔깃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상 프레임이 좀 문제는 있을지 몰라도, 최소한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냐'라는 질문에는 답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면 정부·여당의 프레임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 "무상은 엉터리"라는 공격만 할 뿐, 그 대신 우리는 무얼 해주겠다는 '복지 대안'이 분명치 않다. 그 결과 복지논쟁은 철저하게 야당·좌파가 깔아놓은 '무상의 멍석'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박정희 정권이 건강보험을 시작했다. 전두환 정권 때 아동·장애인 복지, 노태우 정권 때 국민연금이 시작됐다. 보수·우파 정부에서 도리어 굵직한 복지 서비스가 실천 가능한 형태로 도입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명박 정부에 대해 "무상복지의 허구성은 지적해야 하지만 이 정부도 '우리는 이런 복지를 하겠다'는 포괄적인 복지 플랜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포트폴리오(정책조합)'를 갖고 복지전쟁에 나서라는 얘기다. 이것 없이는 '국가가 내게 뭘 해줬느냐'를 따지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를 '세금 폭탄' '색깔론' 등 예전 프레임을 갖고 비판하는 것만으로 이 논쟁에서 이기려는 정부와 여당의 '무임승차' 마인드부터 접어야 복지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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