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의 집에도 이탈리아 요리의 바이블 <실버 스푼(The Silver Spoon)>(파이돈 프레스 지음, 이용재 옮김, 세미콜론 펴냄)이 있었다. 1950년 처음 출판된 <실버스푼>은 할머니에서 아버지에게로,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대를 이어 전해졌다. 그리고 한국에도….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은 23일 제2회 세계 이탈리아 음식 주간을 기념해 <실버 스푼> 한국어판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파올라 치콜렐라 이탈리아 문화원장과 박상준 민음사 대표, 이용재 음식평론가,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레스토랑 '파올로 데 마리아 파인 트라토리아' 운영), 박누리 셰프(레스토랑 '갈리나 데이지' 운영)가 참석했다.
<실버 스푼>은 530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2000가지 레시피를 집대성한 이탈리아 요리책이자 요리 문화 대백과사전이다. <실버 스푼>은 1997년 영국에서 영어판이 출판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민음사 계열사인 세미콜론이 지난 7월 한국어판을 냈다.
책 제목인 '실버 스푼'은 영미권에서는 '상속받은 유산'을 뜻한다. 이탈리아인들에게 레시피는 그 어떤 유산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다.
파올라 이탈리아 문화원장은 "<실버 스푼> 한국어판 출판은 음식의 지속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대를 거듭해온 요리법이 하나의 문화이자 유산으로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 역시 "<실버 스푼>은 60년이라는 세월을 거친 요리의 고전"이라며 책이 지닌 문화유산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에게 이탈리아 요리와 그 요리가 품고 있는 문화가 전파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실버 스푼>을 번역한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초등학교 시절 즐겨 읽던 요리책을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며 "<실버 스푼>은 이탈리아 각 지역에서 실제로 쓰이는 레시피가 바탕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탈리아 어느 가정에 초대돼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파올로 셰프는 1860년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가 통일되었지만 사회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던 이탈리아를 하나로 묶은 것은 <실버 스푼>에 담긴 레시피였다며 "이탈리아인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고 국가적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확산될 것이라며, 한국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과 학교에서 <실버 스푼>을 교재로 사용해 "이탈리아 식음료 문화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박누리 셰프는 "2007년 이탈리아 식당에서 스텝으로 근무하면서 이탈리아 요리사가 가지고 있던 <실버 스푼>을 처음 봤다"며 이후 "식당 운영이 어려울 때마다 <실버 스푼>을 보며 레시피를 응용해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전했다.
출판기념회 후 진행된 오찬에는 롯데호텔서울 이탈리아 레스토랑 페닌슐라 세바스티아노 셰프가 <실버 스푼> 레시피를 재해석한 리카토니와 대구 요리 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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