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런 경우가 될지 모른다. 지금 당장은 민주당에 몽니 부리지만 나중에 상을 차려줄지 모른다. 흐름이 그렇다.
민주당은 암초를 만났다.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과 무상의료, 여기에 반값 등록금까지 기세 좋게 내놨다가 한나라당의 세금 역공에 말려 멈칫대고 있다. 자칫하다간 2006년의 악몽이 재현될지 모른다. '세금폭탄' 프레임에 갇혀 5.31 지방선거에서 속절없이 참패했던 그 때의 참화를 되맞을지 모른다. 서울 강남은 물론 종부세와는 큰 상관이 없던 강북지역 민심까지 등을 돌렸던 그 때의 참화를 되맞을지 모른다.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구축해야 한다. 이른바 '주체세력'을 조직해야 한다.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에 머리로 찬성하는 수준을 넘어 행동으로 지지할 수 있는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적극 지지층을 조직해 '불감청고소원' 세력을 견인해야 한다.
그 매개가 주민투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회심의 승부수로 띄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민주당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돌파 카드가 된다.
▲ 오세훈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 청구에 실패하면, 또는 주민투표에서 패배하면 그렇게 된다. 그것이 무상급식 추인으로 간주되는 순간 오세훈 시장은 물론 한나라당의 '복지 포퓰리즘' 구호는 탄핵사태를 맞는다. 단순히 무상급식에 대한 탄핵을 넘어 '반 무상' 전반에 대한 탄핵으로 이어진다. 여론지형이 그렇게 바뀐다.
'주체세력'이 구축된다. 주민투표 과정에서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뭉치면 이들은 무상급식을 넘어 '무상 시리즈' 전반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는 '주체세력'이 된다. 민주당의 '구호'를 '운동'으로 확산시킬 실천그룹이 구축된다.
둑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조그만 구멍이 둑을 허무는 법이다. 비전은 인식이 아니라 확신이다. 실현될 수 있다는 확신이 비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법이다. 이 점에 입각해 보면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다른 '무상 시리즈'를 실현시키는 교두보다.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의 '복지 포퓰리즘' 구호에 균열을 가하는 구멍이자, '무상 시리즈'에 확신을 심어주는 매개다(민주당이 현실적인 재원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단서는 굳이 거론치 않겠다. 당연한 얘기니까).
물론 위험부담은 있다.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 청구에 성공하면, 나아가 주민투표에서 무상급식을 부결시키면 상황은 반전된다. 민주당은 코너에 몰리고 보편적 복지는 벼랑 끝에 내몰린다.
하지만 피할 일은 아니다. '무상 시리즈' 가운데 그나마 시민 곁에 가까이 다가 서 있는 게 무상급식이다. 이런 호재조차 실현시키지 못하는 민주당이라면 '무상 시리즈' 전반을 관철시킬 가능성은 제로다. '무상 시리즈'가 파탄 날 뿐만 아니라 2012년 선거판도 파탄 난다.
또 다시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이 기어코 주민투표를 성사시킬 요량이라면 타고 가야 한다. 그게 민주당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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