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예의 갖추지 않으면 당도 어쩔 수 없다"

정동기 사태 '모른 척'…MB, 임태희 실장 등 재신임

'정동기 사태'의 수습이 예상됐던 수순을 밟고 있다. 당에선 "파워 게임은 없다"고 부인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선 언급 자체를 피한 채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자신의 참모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책임론' 따위는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정동기 전 후보자를 감사원장에 내정한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속내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결국 이명박 대통령 본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정말 '상황 끝'?

표면적으로 청와대는 급격히 안정을 찾고 있다. 12일 이 대통령이 직접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방을 찾아 힘을 실어줬고 긴급 구제역 대책회의를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

13일에도 국민경제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물가 종합대책이 결정된다. '일로 보여주자'는 정면돌파론인 셈이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 조금씩 언급되던 일부 인사의 자진사퇴론 내지 문책론은 쑥 들어갔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이제 상황 끝이다"고 맞장구 치고 있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청와대에서도 '사태 종결'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의 경우 12일 저녁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레임덕은 시작됐다"면서 "정동기 내정에 반기를 든 것이 하나의 신호탄이고 감춰져 있던 비리들이 이제 자꾸만 터져 나온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격노' 등의 보도로 인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계속해서 당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당도 예의를 못 갖추는 상황들이 계속 올 것"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당청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