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개혁특별위원회가 9일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공천제도개혁안을 발표했다.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다음 총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적지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혁안에는 하향식, 계파공천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던 기존의 공천심사위원회를 폐지하고 보다 엄정한 자격심사를 통해 걸러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국민경선을 실시하겠다는 방안이 담겼다.
"계파에 줄 서는 정치인에게 불이익 주겠다"
이 과정에서 책임당원, 일반당원, 국민선거인단, 여론조사를 2:3:3:2로 반영하는 현 대통령선거인단 규정을 준용하고 완전국민경선제를 포함해 국민 참여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 인터넷-모바일 투표와 투표소 설치 등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경원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지향 공천, 객관적 평가지수를 통한 공정 공천, 공천관리위 신설 등 3가지 원칙에 따른 공천개혁 방안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이르면 다음주 지도부에 이 안을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 최고위원은 "'계파 대리인들의 협의체'로 비판 받아왔던 기존 공심위를 폐지하고 공천의 절차와 제도를 관리하는 '공천관리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며 "이같은 상향식 공천제도가 도입되면 전략지역 20%를 포함해 상당수 현역의원의 물갈이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나 최고위원은 "계파에 줄을 서는 정치인은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현역의원에 대해 지역활동 평가와 더불어 의정활동 평가(법안발의와 의총 출석 등)를 반반씩 평가하고 신인 정치인 및 비례대표에 대해서도 심사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의정활동평가지수 개발위원회' 구성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나 최고위원은 "대권주자 중 누가 자신이 확보한 의원의 낙천을 바라겠느냐"면서 "하향식 공천제도를 답습하면서 현역의원을 한 명이라도 낙천시키면 계파간 치열한 싸움으로 당이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준선 의원은 "기득권을 포기할 각오로 만들었고, 반드시 이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여야 동시공천'도 제안했다. 나 최고위원은 "여야가 같은 날 경선을 치르면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다"면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천정배 정당개혁 특위 위원장에게 이를 공식 제안했다.
천정배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양 당의 구체적 안이 나온 다음 따져봐야 할 일"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양측 모두 국민참여경선이 이뤄지면 붐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같은 날 경선을 하는 것도 원론적으로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개혁안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친이계 대선주자의 '양해'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지도부 내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를 실제로 도입하더라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각 대선주자들 사이의 계파싸움, 줄 세우기 행태를 '제도적 보완'을 통해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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