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피해액이 정부 추산 9000억 원에 달하는 데다 100만 두 이상의 가축을 매몰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정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과 함께 '늑장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7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전날 농식품부가 청와대에 최초 발생지인 경북이 안정된다고 전체적으로 구제역 진정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취지로 보고를 했다고 하는데 그런 인식의 근거가 뭐냐"며 "지금 충북 진천 괴산 지역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온다. 경북에서 발생 주춤하다고 해서 안정국면 들어가고 있다는 취지로 보고하니 이명박 대통령이 상황 판단을 잘못하는 것 아니냐. 농림부가 그러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 유정복 장관은 "지역별로 (구제역 상황 진단을) 보고를 한 것"이라며 "지난해 11월 28일 첫 발생지인 경북 지역은 안정세로 돌아섰고, 경기도 역시 매몰 처분, 백신접종 등을 진행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다만 "충청남북도 지역에서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라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은 "장관이 지역별 상황을 보고한 것이라고 하는데, (안정 국면에 들어간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장관이 지나치게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권투 경기에서 상대편의 펀치가 약한 것 같다고 믿고 가드를 내리면 느닷없이 카운터 펀치가 들어오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류 의원은 또 "구제역 발생 40일만에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하면서 '긴급'이라는 말을 붙였는데, '만시지탄' 관계장관회의 이렇게 평가한다"며 "어떻게 40일 뒤에 관계장관회의를 하면서 '긴급'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느냐"고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공무원들이 구제역 관련 장비를 사놓고 사용 방법을 모르고 있더라"고 지적하는 등 정부의 방역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며 "(이대로 가면) 호남, 경남 지역도 퍼지는 것이 시간 문제라고 본다.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지역에서는 (살처분을 위한) 약품을 구하려고 해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동물을 생매장하는데, 2차, 3차로 피해가 예상된다. 수도꼭지를 열면 동물 피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MB, 당장 백신 없다고 아우성인데 구정을 대비하라니?"
정범구 의원은 또 "어제 대통령이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내린 지시가 설 대비 특별 계획 세우라고 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하며 "현재 가장 시급한 게 뭐냐. 지역에서는 백신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매몰시 생석회 등 자제가 공급이 안되고 있고, 동물을 치사시킬 때 쓰는 약물도 떨어졌다는데. 어떻게 그런 지시를 내릴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할 때 이미 6개 광역단체 34개 시군에서 67만 두가 살처분 되고 있었는데, 이 대통령이 구제역과 관련해서는 한 마디도 안했다. 그리고 하루 뒤에 포항에 몇 십년 만에 폭설이 내려서 이 대통령이 포항시장에게 전화한 날에는 이미 78만두의 가축이 살처분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의 질타가 이어지자 유 장관은 "전날 청와대에서 두 시간 동안 회의를 했다. 청와대가 발표한 게 전부가 아니다. 종합적으로 논의해서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정부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장관은 또 "이명박 대통령도 국무회의 때마다 구제역 대책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업무보고도, 다른 부처는 청와대에 가서 보고를 했는데, 농식품부는 이 대통령이 직접 상황실에 들러서 업무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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