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갖고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조치를 풀어 양국 관계의 조속한 정상화에 나설 것을 중국 측에 제안했다.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지 이틀만에 이뤄진 이날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 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양국 관계 발전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양국 간 각종 교류 협력이 조속히 정상궤도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중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리 총리에게 사드 갈등으로 비롯된 경제 및 교류 분야에서의 보복 조치 해제를 적극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로 침체되었던 한중 관계로 인해 한국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점을 환기시킨 뒤 우리 기업들의 애로가 해소되고 양국 간 경제․문화․관광 교류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리 총리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또한 양국 기업들의 애로 해소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양국 간 경제 분야 고위급 협의체를 신속히 재개하고 중국 내 우리기업이 생산한 배터리 보조금 제외 철회,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수입규제 철회를 요청했다.
아울러 양국에 개설된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발전과 양국 금융협력 분야의 속도감 있는 추진, 미세먼지에 대한 양국 공동대응 등도 리 총리에게 제안했다.
이에 리커창 총리는 "중한 관계의 발전에 따라 일부 구체적이고 예민한 문제들을 피하긴 어렵지만, 중-한 간의 실질협력 전망은 아주 밝다"며 "중한 양국은 상호보완성이 강해 중한 관계의 미래는 자신할 수 있다"고 했다.
'예민한 문제'는 사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킨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요청을 곧바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나, 머지 않아 양국 관계를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리 총리는 "중한 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훨씬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게 됐다"며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한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및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특히 양국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화 재개 여건을 조성하는 등 국면 전환을 위한 창의적 해법을 마련키 위해 노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도 문 대통령은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피어야 진정한 봄"이라며 양국 관계의 전면적인 정상화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9보 진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이 있듯이 그간 아쉬움을 기회로 전환시키고 서로 지혜를 모은다면 양국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리 총리도 "봄 강물이 따뜻한 줄은 오리가 먼저 안다(春江水暖鴨先知)"는 시 구절로 한중 관계 회복을 낙관했다.
다만 리 총리는 "그동안 양측은 예민한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말해 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의 갈등적 현안이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
리 총리는 그러면서도 "양측이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 중한관계를 조속히 정상적인 궤도에 추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혀 사드 문제를 '봉인'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순방을 통해 중국의 권력서열 1, 2위인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와 연쇄 회담을 가진 문 대통령은 한중관계 정상화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다만, 중국이 여전히 사드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보복 조치를 완전히 철회하고 양국 교류와 협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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