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자. 노블리스 오블리주니 사회적 책임의식이니 하는 따위의 점잖은 '훈계'는 집어치우자. 애당초 기대하지 않았다.
관심사는 배면이다. 재벌2세들이 걸핏하면 흉기를 집어 드는 이유다. '보필'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어 숫적으로 우세한데도 흉기를 휘두르는 이유다. '싸움'의 법칙을 어기는 이유다.
▲ 경찰 조사를 받으로 가는 최철원 전 M&M 대표. ⓒ뉴시스 |
재벌2세들이 보기에 이들은 '별종'이다. 넓게 보면 이들은 'NO맨'이다. '까라면 까야' 하는데 '까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재벌2세들의 염장을 지르고 복장을 터지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 유행하는 말로 하면 소통 대상이다. '까지' 않는 연유를 묻고, '까게' 만들 방법을 물어야 할 사람들이다. 헌데 재벌2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까지' 않는 데 대해 소통을 시도하는 게 아니라 그냥 '깠다'. 흉기로….
여기서 파탄 현상을 본다. 소통에 능하지 않은, 아니 아예 소통 의사가 없는 재벌2세들의 진면목을 본다. 그들에게 소통은 '나와바리' 간에나 이뤄지는 대화 양식이지 '나와바리' 내에서 이뤄지는 대화 양식이 아니다. '나와바리' 내에서의 소통은 오로지 상명하복일 뿐이며 그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징치의 대상이지 대화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흉기는 지휘봉이다. 지시와 명령에 따르지 않는 '꼬붕'에게 휘두르는 '빳다'이다. 그들은 그렇게 여긴다.
사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조 설립 붐이 일었을 때 이미 나타난 현상이다. 숱한 재벌, 숱한 기업이 대화를 하려 하지 않고 구사대를 동원해 노조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려고 했던 행태의 잔영이다. 차이가 있다면 구조적 폭력이 개인화 되었다는 점 뿐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이렇게 보면 앞서 거론한 재벌2세들은 '부진아'다. 대다수 다른 재벌들이 그나마 '학습효과'를 통해 저강도 전략으로 돌 때 그마저도 따라가지 못한 '부진아'다. 시차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화적 충격에 적응하지 못한 '부진아'다. 재벌의 특장으로 여겨지는 놀라운 환경 적응력조차 체득하지 못한 재벌답지 않은 재벌2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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